회동 내내 평행선 끝에 '野 단독안' 처리…명분만 쌓은 여야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안채원 계승현 안정훈 기자 = 12·3 비상계엄 진상규명을 위한 여야의 특검법 협상이 17일 소득 없이 끝났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이어진 8시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여야는 결국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여당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야당 단독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견해차가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합의 가능성이 거의 없던 협상을 벌이며 여야가 각자 명분만 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 수사 대상 줄인 與…"野 일방처리 특검법, 거부권 써야"
국민의힘은 특검의 수사 대상을 줄이는 데 협상력을 집중했다. 이날 오후 특검의 수사 대상을 '국회를 장악하고 권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 등 5가지로 규정하는 내용의 '계엄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협상 과정에서 특히 외환 혐의, 내란 행위 선전·선동 혐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는 수사 대상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선동 혐의와 표결 방해 혐의는 여당 의원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크다면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수사 기간 역시 최장 110일로, 민주당 특검법이 규정한 최장 수사 기간보다 40일 줄일 것을 요구했고, 수사 인원도 민주당 법안(155명)의 3분의 1 수준인 58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대폭 수정을 요구한 기저에는 애초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는 여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권성동 원내대표는 협상 도중 기자들을 만나 "이 특검을 왜 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체포된 상황에서 특검은 누구를 수사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특검법을 내놨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궁여지책으로 특검법을 발의한 것이지, 사실 특검이 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당의 이번 특검안 발의와 협상은 결국 거부권 이후 예상되는 재표결에서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단속용' 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野 "여당안 대폭 수용"…이탈표 유도하면서도 핵심요소 유지
야권 내에서도 처음부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협상 도중 "국민의힘이 발의한 특검법안은 결국 '허수아비 특검'을 만들겠다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법안을 발의했으니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고 밝혔고,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심야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최대한 여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부권 행사 명분을 희석하고, 재표결 국면에서 여당의 이탈표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 단독 수정안을 처리하면서도, 외환 관련 사항을 수사 범위에서 삭제하고 수사기간과 인원을 줄이는 등 여당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하향세를, 국민의힘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입법독주'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무조건 물러난 것이 아니고, '핵심 요소'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반대한 특검의 언론브리핑 조항은 민주당 수정안에 '국가기밀 제외'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삭제되지 않고 남겨뒀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정치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수사대상의 경우 민주당 안에서 11개였던 항목을 국민의힘 입장을 반영하며 6개로 축소했으나, 마지막 항목에 '관련 인지사건'을 넣어두면서 수사범위가 확장될 여지를 남겼다.
'외환 유도사건'은 국민의힘 주장대로 수사범위에서 빠졌다. 다만, 그동안 야권에서도 중도층 민심을 고려해 외환 유도사건 포함 문제는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온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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