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서비스법 조사 지지부진·미국 눈치보기 비판 의식 해석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를 상대로 진행 중인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엑스측에 추천 알고리즘 방식 등 최근 이뤄진 운영 시스템 변경 내용을 담은 '내부 문건'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제출 시한은 내달 15일까지다.
이와 함께 이날을 기점으로 향후 기능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관련 문건 일체를 연말까지 폐기하지 말고 보존하라고 명령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기술적 인터페이스 접근도 요구했다.
이번 조처는 2023년 12월부터 EU가 엑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DSA 위반 조사의 일환이다. EU는 엑스가 DSA에서 요구되는 허위·불법 콘텐츠 확산 및 정보 조작에 따른 위험 방지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한다.
특히 최근 머스크가 SNS 활동을 통해 유럽 각국 정치에 노골적으로 간섭한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DSA 추가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머스크는 내달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총리 후보와 대담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가 하면 수시로 AfD 지지 게시물을 올렸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EU는 그간 머스크가 SNS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특정 콘텐츠만 집중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 자체를 바꾸는 등의 행위는 DSA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엑스에 '최근의 변경사항'에 관한 내부 문건을 제출하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EU가 머스크의 거침없는 행보에도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일부 있다.
실제로 DSA 조사는 1년째 진척이 없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머스크가 최고 실세로 떠오르자 EU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DSA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허위정보,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한 법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시민 담론·선거 과정에 예측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도 사전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
위반 시 연간 글로벌 매출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