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남자단식 3회전 진출…4시간 49분 '1박 2일' 승부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19세 신예 러너 티엔(121위·미국)이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9천650만 호주달러·약 875억원)에서 세계 5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를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다.
티엔은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2회전에서 메드베데프와 4시간 49분의 혈투를 펼친 끝에 3-2(6-3 7-6<7-4> 6-7<8-10> 1-6 7-6<10-7>)로 승리했다.
현지 시간으로 16일 밤 시작한 경기는 다음 날 새벽 2시 54분에야 끝났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낸 티엔은 3, 4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5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접전을 펼친 끝에 '1박 2일' 승부의 승자가 됐다.
베트남계인 티엔은 2023년 호주오픈 주니어와 US오픈 주니어에서 잇따라 단식 결승에 진출하는 등 주니어 무대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낸 선수다.
그러나 성인 메이저 무대에선 초짜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US오픈 2022년, 2023년, 2024년 대회에서 거푸 1회전 탈락한 게 티엔의 메이저 대회 본선 전적의 전부다.
티엔은 이번 대회에선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 1회전에서 카밀로 우고 카라벨리(94위·아르헨티나)를 풀세트 승부 끝에 물리치고 감격의 메이저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더니 호주오픈에서 3차례 준우승한 메드베데프라는 거물까지 거꾸러뜨렸다.
티엔은 18세이던 1990년 대회의 피트 샘프러스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호주오픈 3회전에 오른 미국 선수가 됐다.
티엔은 2005년 12월 생으로, 지난달 19세가 됐다.
이번 호주오픈에선 10대 선수의 돌풍이 거세다.
티엔에 앞서 18세 주앙 폰세카(112위·브라질)와 1회전에서 안드레이 루블료프(9위·러시아), 19세 야쿠프 멘시크(48위·체코)가 2회전에서 카스페르 루드(6위·노르웨이)를 제압했다.
한 메이저 대회에서 복수의 10대 선수들이 잇달아 10위권의 강자를 상대로 승전고를 울린 건 2006년 윔블던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리(은퇴·영국) 이후 처음이다.
다만, 폰세카는 2회전에서 로렌초 소네고(55위·이탈리아)에게 져 탈락했다.
티엔은 경기 뒤 "폰세카와 멘식의 승리를 보며 상당히 고무됐다"면서 "오늘 특별히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코트에서 즐기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려고 했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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