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자아가 있을까…'거울 보는 물고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당신이 더 귀하다 = 백경 지음.
책 프롤로그의 제목은 '언제 죽을지 몰라서 쓴 글'이다.
저자는 119구급차를 타고 긴급 상황에 나서는 소방대원이다. 그가 늘 보는 장면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삶이다. 어려서 병에 걸린 이, 늙어서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이, 혈흔이 가득한 교통사고 현장…….
"구급차를 타기 시작한 뒤로 세상이 살 만하다는 생각은 무너졌다."
저자가 보는 세상은 푸른 빛이 아니다. 회색빛, 칙칙한 색으로 채색된 세상이다. 아픈 사람들, 가족 한 명 없이 강아지와 외롭게 말년을 보내는 사람들, 추위와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들이 부유하는 세상이다. 가난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을 뿐 사회 전체에 널리, 깊게 뿌리 내려 있다.
8년 차 소방관인 저자가 구급차를 타면서 마주한 삶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글로 담았다.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묘사하는 단정하지만, 짧은 문장이 쓸쓸함을 자아낸다.
다산북스. 248쪽.
▲ 거울 보는 물고기 = 고다 마사노리 지음. 정나래 옮김.
인간뿐 아니라 인간과 유전자가 95% 이상 비슷한 대형유인원도 거울을 볼 수 있을까. 한 연구진은 침팬지 네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침팬지들에게 먼저 거울을 보여주자 처음에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다 유심히 거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울 노출 후 열흘이 지난 뒤 마취한 침팬지 이마에 빨간색 마크를 표시했다. 마취에서 깨어난 침팬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 이마를 만졌다. 동물이 거울을 보고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일본에서 물고기 인지 능력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런 '마크 테스트'를 물고기에도 적용했다. 과연 물고기도 침팬지처럼 자아를 인지할 수 있을까.
책은 치열한 실험 현장을 그린다. 저자는 실험 과정과 그에 대한 해석을 상세히 설명하며 자기 실험의 독창성과 원칙성, 논리성 등을 확고히 증명해 나간다.
저자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물고기가 개체를 식별하고 자기를 인식할 수 있으며 '마음'의 체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물고기의 개체 인식, 자기 인식 능력이 고생대 경골어류 대에서 진화했으며 이런 어류의 자기 인식 능력, 타자 인식 능력, 자아의식이 육상 척추동물과 인간에게 전해졌다고 설명한다.
글항아리.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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