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속영장 청구도 서부지법에…"수사관행·토지관할 고려"

연합뉴스 2025-01-18 00:00:24

尹측 영장실질심사·재판서도 '관할 위반' 주장할 듯…후속 조치도 예상

법원, 문제제기에 4차례 관할 인정…법무장관 대행도 "위법까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수감 (PG)

(과천=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7일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통상적인 수사 관행과 용산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등의 토지 관할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일반적인 수사 관행상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왔다"면서 "공수처법 제31조에 따라 범죄지 등을 고려해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법 31조는 '공수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 등 사건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의 관할로 한다. 다만 범죄지, 증거의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소법에는 '토지 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고 돼 있다.

공수처는 앞서 이런 법 조항에 근거해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지난 15일 집행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관할 규정 위반이라 영장 청구·발부 자체가 무효이고, 구속영장은 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향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관할 위반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 후 재판에서도 '관할 위반' 영장으로 인한 불법 체포·구속 상태에서 위법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보인 것처럼 윤 대통령 측은 향후 형사사법 절차에서 단계별로 여러 법적 조치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공수처는 여러 차례의 법원 결정에서 서부지법의 관할권이 인정된 만큼 관할 논란이 이미 해소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31일 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자 이달 2일 이의신청을 냈으나 서부지법 형사7단독 마성영 부장판사는 관할 등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달 7일에는 서부지법 신한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공수처가 유효기한 연장을 위해 새로 청구한 체포·수색영장을 다시 발부했고, 16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가 윤 대통령 측이 관할 위반 영장집행 등을 이유로 낸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했다.

서로 다른 판사가 4차례에 걸쳐 서부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서부지법에 공수처 영장 발부 권한이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더는 힘을 얻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도 지난 9일 국회에서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법률에 위반된다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법 31조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하는 사건의 관할에 대한 규정이기에, 공수처가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는 윤 대통령 사건 관할은 '이 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한 공수처법 47조가 적용돼 관할권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서부지법, 경계 강화

다만 일각에서는 애초 공수처가 이례적으로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 7차례의 구속영장 가운데 중앙지법이 아닌 곳에 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현역 군인이어서 군사법원에 청구한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유일했다.

'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두 차례), 뇌물 혐의 김모 경무관(두 차례), 뇌물 혐의 감사원 간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는 모두 중앙지법에 이뤄졌다.

다만 공수처는 서울동부지법에 김 전 장관의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다른 법원에도 인신 관련 영장을 청구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처음에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서 "위법까지는 아니지만 편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받더라도 기소 후 재판은 중앙지법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기소할 권한은 없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하는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앞서 김 전 장관·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중앙지법에 기소한 바 있다.

중앙지법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된 대통령 휘하 인사들 사건은 모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배당한 상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수본이 윤 대통령을 중앙지법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영장 발부 법원과 기소 법원이 다른 사례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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