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대신 직원·가족들과 설 축하하기 위해 이동"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이봉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기술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을 방문한 황 CEO는 17일 타이베이의 엔비디아 신년 파티 행사장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취임식 참석) 대신 직원 및 가족들과 설을 축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면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황 CEO가 이번 주 중국·대만을 방문 중이며 대만계 미국인인 그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때 통상적으로 이런 일정을 소화해왔다며 취임식에 안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 CEO가 불참할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인사들이 오는 20일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과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르네 하스 CEO는 물론 미국에서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인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추 쇼우즈 CEO도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소식통은 황 CEO가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전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급성장한 엔비디아의 위상 변화 및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등과 맞물려 그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CEO는 앞서 지난 7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5일 미 대선 이후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기꺼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가서 축하하고 싶다"면서 "이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면서 "그건 좋은 일"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임기가 곧 끝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을 겨냥, AI 칩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상태다.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미국 이외 비중이 56%이고 중국 비중이 17% 정도인 만큼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부사장은 바이든 정부의 새 규제에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치고 미국을 후퇴시키며 미국의 적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인 정책을 제정함으로써 취임할 트럼프 당선인을 선수 치지(preempt) 말도록 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CEO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AI 칩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