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 1순위 청약자 중 71% 강남3구 청약…양극화 심화
청약통장 가입자 30개월째 감소…금리 올리고 소득공제 한도 늘려도 '청약포기'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해 서울 1순위 청약자 중 71%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 청약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어서 당첨 시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다.
서울에서 나오는 소수의 분양 단지에 청약자가 몰려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선데다, 높은 분양가로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작년 한 해 동안 청약통장 가입자는 55만명이 줄었다.
가능성이 낮은 청약당첨을 바라보고 돈을 묶어두는 것보다 통장을 깨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늘어난 것이다.
17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단지의 1순위 청약자 수는 60만4천481명이었다.
이 중 강남 3구 분양 단지 청약자 수는 42만8천416명으로 7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강남권 분양 단지가 많았고, 청약에 신청했다 떨어진 뒤 다른 단지에 다시 도전하면 청약자 수가 중복으로 계산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 분양 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2 대 1, 강남 3구는 289 대 1이었다.
전년인 2023년에는 서울 1순위 청약자가 27만5천141명이었고, 강남 3구 청약자는 2만5천783가구로 전체의 9.4% 수준이었다.
서울 분양 단지는 높은 분양가 탓에 도전하기 어렵고, 부양가족은 적은 20∼30대 청년의 경우 70점대까지 올라간 당첨 합격선을 채우기는 더욱이나 어려워졌다.
작년에는 서울 강남3구 분양만 뜨거웠을 뿐 지방 분양시장은 침체하며 양극화가 깊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천146가구이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천644가구로 2020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다 보니 '청약 포기'가 잇따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당첨이 되더라도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청약 도전자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강남3구·용산구와 공공택지처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이 높은 단지들은 당첨 확률이 매우 낮다"며 "이러니 차라리 통장을 해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천648만5천명으로 1년 전(2천703만9천명)보다 55만4천명 감소했다.
특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납부 금액도 많은 1순위 가입자가 지난달 말 1천764만6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만4천명 줄었다.
2순위(883만9천명)는 같은 기간 2만명 늘었다.
2010년 이후 매년 증가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말 2천859만9천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연간 가입자는 85만5천명, 2022년에는 42만3천명 줄었다.
2022∼2024년 3년간 감소한 가입자가 183만명 수준이다.
정부는 청약통장 해지자를 줄여보려 지난해 청약통장 금리를 2022년 11월(0.3%포인트), 2023년 8월(0.7%포인트), 2024년 9월(0.3%포인트) 세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현재 금리는 연 2.3∼3.1%다.
올해부터는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으로 늘리고, 신혼부부가 출산하면 특별공급 기회를 1번 더 주는 등 청약 혜택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도 청약통장 가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건 정부엔 부담 요소다.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대출 등에 활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이 바로 청약통장 납입금이기 때문이다.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는 데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 운용 잔액은 2022년 3분기 41조2천21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21조921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