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하면 자사주도 덜 준다"…'주가부양' 칼빼든 삼성전자

연합뉴스 2025-01-17 16:00:04

임원 성과급 50% 이상 자사주로…한화·에코프로 등도 이미 RSU 도입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2000년 초과이익성과급(OPI)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원의 성과급을 주식과 연동하기로 한 것은 최근 불거진 위기와 주가 하락 등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을 수년 후 주식으로 무상 지급하는 제도가 확산하고 있지만, 주가 하락시 자사주 지급량도 줄이는 것은 삼성전자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17일 업계에 따르면 임직원에게 성과 보상 등을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주식기준보상은 크게 ▲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 스톡그랜트 ▲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보상(RSA)·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지급(RSU) ▲ 성과조건부 주식(PSU) 등이 있다.

주식매수선택권은 행사 기간에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뜻하고 스톡그랜트는 회사 주식을 임직원에게 직접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달리 RSA, RSU, PSU는 성과급 또는 연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가득조건 충족 시 주식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중 삼성전자가 이번에 도입하는 것은 약정 시점에 회사가 주식을 지급하는 RSA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OPI 도입 이후 처음으로 임원에게 성과급의 50% 이상을 자사주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무는 성과급의 50% 이상, 부사장은 70% 이상, 사장은 80% 이상, 등기임원은 100%를 선택해야 한다.

주식은 1년 뒤에 실제 지급되며,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각각 지급받은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삼성전자 '4만전자'

삼성전자는 특히 약정 체결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하락률만큼 지급 주식 수량이 줄어들도록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 1년간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도록 해 그만큼 임원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7월 8만8천800원을 찍은 이후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4만9천90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임원들이 나서서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회사 차원에서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강력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냈지만, 주가는 여전히 5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 빅테크는 미래시점에 가득조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주식을 지급하는 RSU 제도를 널리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RSU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2020년 국내 상장사 최초로 RSU를 도입한 한화그룹이다.

그간 대표이사와 임원을 대상으로 RSU 제도를 시행하던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등 5개 계열사 팀장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팀장은 기존에 현금으로 받던 팀장 수당 대신 '리더 인센티브'라 불리는 새 RSU 제도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득 기간은 3년으로 부여액 50%는 주식, 나머지 50%는 주가 연동 현금으로 지급한다.

에코프로그룹도 지난해 임직원에게 RSU를 처음 지급했다.

앞서 에코프로는 2022년 10월 이사회를 통해 전 임직원에게 RSU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해 10월 이중 절반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10월 나머지 절반을 지급할 예정이다.

주식 수는 직급과 근속연수, 연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봉의 15∼20% 수준으로 책정됐다.

두산그룹과 네이버, 포스코퓨처엠, CJ ENM, 토스, 쿠팡, 크래프톤 등도 RSU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성과급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통상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강화해 임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주인의식과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현금이 유출되지 않기 때문에 재무 유동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회사가 임직원의 장기적인 이익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문화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일부 희석될 여지도 존재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