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항공청 "제주도·공항공사·조류 전문가와 논의 필요"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대규모 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돼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bird strike)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목표로 오는 2026년까지 이음·재생·동행 3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제주숲 공간혁신 시즌2' 구상안을 마련했다.
이 구상안에는 제주공항 앞 제주시 공항로와 인근 서부공원(약 17.8㏊)을 연결해 총 20.4㏊ 규모의 '제주맞이 숲'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맞이 숲 조성 예정지는 제주공항에서 1∼1.5㎞ 떨어진 속칭 해태동산 서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주도의 구상에 대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항공기 조류 충돌 사고 위험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조류 전문가는 "아무래도 대규모 숲이 조성되면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된다"며 "참새 같은 작은 새들은 별문제가 안 되겠지만 까치나 비둘기 정도의 새들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 제주시가 제주공항 서쪽 활주로 진입등이 설치된 주변 지역에 공원을 조성하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항공기 이착륙 방향이어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냈고 결과적으로 공원 조성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류 전문가는 "도심지 숲이라도 종종 까치 집단이 잠자리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로수 길 정도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굳이 공항 가까운 곳에 대규모 숲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경계했다.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이착륙 코스에 숲이 조성된다면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활주로와 얼마나 인접해 있는지, 그다음 어느 정도 규모로 숲을 조성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로부터 숲 조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와 조류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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