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거래 증가로 해충 등 유입 위험 커져…감시·통제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제 거래가 크게 늘고 있는 자른 꽃(cut flowers)과 화분 식물 등 관상용 식물이 해충과 뱀·도마뱀 등 외래 동물의 이동 수단이 되고 있어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실비우 페트로반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7일 과학 저널 바이오사이언스(BioScience)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의 불법 무역 압수 및 식물 오염물질 차단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엄청난 양이 거래되는 자른 꽃과 화분 식물은 감시와 통제가 어려워 외래 해충 유입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곤충, 곰팡이, 파충류, 거미 등 다양한 외래 동물이 관상용 식물에 실려 전 세계로 운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2017~2018년 네덜란드 세관이 관상용 식물에서 발견한 해충에 대한 기록과 2021~2023년 영국 환경식품농림부(DEFRA)에 보고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경우 모두 적발된 외래 동물의 80% 이상은 해충을 포함한 곤충으로 나타났으나 뱀과 도마뱀 같은 훨씬 큰 동물들도 수출입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채 국경을 통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동연구자인 케임브리지대 윌리엄 서덜랜드 교수는 "영국에 수입돼 판매되는 관상용 올리브 나무는 수령이 100년이 넘을 수 있는데, 나무껍질과 운반되는 토양 사이에 숨을 곳이 많다"며 "이는 해충 유입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 큰 뱀과 도마뱀은 빙산의 일각으로, 이들이 통과한다면 작은 곤충과 곰팡이가 발견될 확률은 얼마나 되겠냐"며 "케냐에서 장미를 100만 송이를 수입할 때 이를 철저히 검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국가 간에 방대한 양의 자른 꽃과 화분 식물 등이 거래되고 있고 그 양이 계속 증가해 감시와 통제가 어렵다는 점과 기후 변화로 인해 침임 해충 등의 생존·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페트로반 박사는 "세관 등에서 최선을 다해도 해충 등 많은 무임승차자가 수입 검사를 통과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자른 꽃과 관상용 식물이 빠르게 거래돼 모든 해충과 병원체를 차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관상용 식물이 전 세계적으로 대량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이를 통해 외래 동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면 생산 기준을 개선하고, 관상용 식물 무역으로 인한 위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공유해 위험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BioScience, Silviu Petrovan et al., 'Understanding the environmental and social risks from the international trade in ornamental plan', http://dx.doi.org/10.1093/biosci/biae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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