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거주 대책 요구하며 극장 건물서 숙식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의 한 유명 극장이 불법 이주민들을 상대로 무료 강연을 진행했다가 이들에게 점거당해 몇 주째 극장 운영이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불법 이주민 300명가량은 지난 달 10일부터 5주 넘게 파리 도심의 오래된 극장이자 문화공간인 '게테 리리크'를 점거하고 있다.
이 극장 경영진은 지난달 10일 '프랑스의 난민 환영 방식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이주민들을 상대로 무료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엔 200명 이상의 이주민이 참석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이들은 극장을 떠나지 않았으며, 이후 건물 전체를 점거했다. 다른 이주민까지 몰려와 현재 300명 이상으로 숫자가 늘었다. 주로 벨빌 공원 등 야외에서 노숙하던 이들이다.
이들의 대표자 중 한 명은 르파리지앵에 "이곳은 우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우리는 따뜻하게 지낼 곳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거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극장에 머무는 이들 모두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 이들을 초청한 극장 경영진 측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경영진은 한겨울에 이들을 쫓아낼 순 없다면서도 이들의 극장 점거로 모든 행사가 취소돼 막대한 재정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극장 측은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사항에서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건물은 폐쇄된다"며 "1월 10일부터 24일 사이에 예정된 모든 행사는 취소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고 알렸다.
극장 측은 파리시나 정부가 이들을 위한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가 나오진 않고 있다.
극장 인근 상권도 영향을 받고 있다.
극장 옆 식당의 매니저인 엘리아는 이들의 점거 이후 주문이 80% 줄어 매출이 4만 유로(약 6천만원)나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엘리아는 "나는 극장 측을 탓한다. 극장은 이주민들을 들여보냈고 이들을 퇴거시키지 않으면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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