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머스크에 도전…10여년 공들인 재활용 발사체
첫술은 '절반의 성공'…민간 주도 우주업체 경쟁 불붙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대형로켓 '뉴 글렌'(New Glenn)이 16일(미국 동부시간) 발사됐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뉴 글렌은 이날 오전 2시 3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를 떠나 지구 궤도를 향해 비행하기 시작했다.
뉴 글렌은 당초 지난 10일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날씨와 시스템 문제로 세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 시험 비행에 들어갔다.
발사 13분 후 2단 로켓 부분은 목표 궤도에 무사히 진입했다.
다만 대서양에 설치된 드론선 '재클린'(Jacklyn)에 착륙시켜 재활용할 계획이었던 1단 발사체는 파괴돼 회수에 실패했다.
블루 오리진의 아리안 코넬은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궤도에 진입하는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 글렌에는 블루 오리진이 자체 개발한 궤도 운반선 '블루링'이 탑재됐다.
블루링은 지구와 달, 화성 궤도까지 물류를 운반할 우주선으로 이번 발사에서는 6시간 동안 통신 기능 등만 점검할 계획이다.
절반의 성공이기는 하지만 뉴 글렌의 발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독주해온 민간 우주 시장에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머스크도 뉴 글렌 궤도 진입 이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첫번째 시도에서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뉴 글렌은 블루 오리진이 2012년부터 개발해 온 재사용 가능한 대형 로켓이다.
블루 오리진은 당초 2020년 뉴 글렌을 처음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사가 계속 지연돼왔다.
그사이 스페이스X의 팰컨9이 2017년 발사체 재사용에도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 시장에서 독주해왔다.
뉴 글렌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만큼 팰컨9와 함께 민간 우주 시장의 경쟁도 가속할 수 있다.
뉴 글렌은 높이 98m, 지름 7m의 2단 로켓으로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인 '팰컨9'보다는 크고 100m가 넘는 화성 우주선 '스타십'보다는 작다.
지구 상공 2천㎞ 이하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화물 중량은 약 45t(톤)으로 팰컨9의 두배 정도 된다.
한편 스페이스X는 지난 15일 팰컨9에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무인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와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실어 발사한 바 있다.
스타십도 7번째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날씨 문제 등으로 16일 오후로 발사가 연기된 상황이다.
스타십은 이번 발사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10개의 모형 스타링크 위성을 배치하고 엔진의 재점화 기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