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체육 1인자' 유승민의 다짐 "일 잘하는 회장으로 남겠다"

연합뉴스 2025-01-17 00:00:26

"강도 높은 체육회 내부 개혁 추진…무너진 학교 체육 살릴 것"

"올림픽 금메달·IOC 선수위원 '기적', 체육계 바꾸는 기적으로 이어가겠다"

발언하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새로운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돼 취임을 준비하는 유승민 당선인은 그동안의 행보처럼 대한민국 체육에도 '기적'을 일으켜 '일 잘하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 당선인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센트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과정을 되짚으며 향후 과제와 목표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 등을 지낸 그는 14일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을 노린 이기흥 현 회장 등 5명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유 당선인은 "역대 훌륭한 회장님들이 계시지만, 그분들을 뛰어넘는 최고 부지런한 체육계 일꾼이 되겠다"면서 "못하면 꾸짖어주시고,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 보이면 채찍질도 해달라. 잘한 것은 부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IOC 위원이 될 때 첫 인터뷰에서 '일 잘하는 위원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는데, 작년 파리 올림픽 때 총회에서 '하드워커'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것처럼 체육회에서도 일 잘하는 회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서 "체육인의 기억에 '부지런했다, 일꾼이었다, 우리를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육계가 파리 올림픽 이후 좋지 않은 이슈에 많이 노출돼있다. 체육인의 자존심이 많이 떨어졌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빠른 시간에 덮였다는 생각에 안타깝다"면서 체육계의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다짐했다.

발언하는 유승민 당선인

◇ "체육회 내부 개혁 필요…다양한 목소리 듣겠다"

유 당선인은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 파악해야겠지만, 체육회엔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일성을 먼저 밝혔다.

"여러 위원회나 내부 조직망, 사업 등이 정체된 것이나 개선할 것이 있을 수 있다"면서 "여태 잘 끌고 왔던 건 특정 리더십과 관계 없이 계승·발전해야겠지만, 개선할 부분은 빠른 속도의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내부의 다양한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렴할 참이다.

유 당선인은 "회장, 사무총장 등 특정인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방향성에 대한 구성원들의 좋은 의견이 있다면 귀 기울여 들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체육회의) 다양한 능력을 갖춘 분들이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그는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으쌰으쌰' 해 열정을 쏟아부을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변화할 기회를 놓칠 거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여러 감사와 조사로 체육회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낮아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체육을 위한 열망으로 함께해주시는 그분들이 동기를 갖고 국민과 호흡하면서 체육을 발전시킬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장 선거 제도에 대해서도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54% 정도인 이번 투표율이 높은 것이 아니지만, 지금의 제도에서 오실 만한 분들은 다 오셨다고 본다. 누구도 선거의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를 들여다보겠다"며 온라인 투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 나선 유승민 당선인

◇ "무너진 학교체육부터 살려야…정몽규·김택규 인준은 면밀히 검토"

체육계 전반적으로 유 당선인이 첫손에 꼽는 현안은 '학교체육'이다.

그는 "학교 운동부는 선수 수급이 안 될 정도다. 학교체육은 거의 무너졌다"면서 "학교체육만큼은 무조건 되살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유 당선인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금메달 6개, 10개도 딸 수 있는데, 선수 수는 줄어들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의 균형 발전을 위해선 '뿌리'가 필요하다"면서 "제약이 있다면 어떤 기관이든 찾아다니며 풀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국가대표선수촌 강화 훈련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위기이며, 더 소외돼 있다.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 위주의 선수촌 시스템 폭을 넓히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해외 많은 분과 교류하다 보면 우리나라 진천 선수촌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한다. 자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의 훈련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체육회가 문체부와 갈등을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인 민관합동 기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참여에 대해선 "아직 문체부 측과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없었기에 답변드리기가 어렵다. 회의를 통해 권고하는 기구로 알고 있다"면서 "체육에 대해서라면 어떤 기관이든 협조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각계의 사퇴 요구에도 차기 선거에 나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당선됐을 때의 인준 여부 관련 질문엔 아직 취임 전인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 시스템이 허술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산하 단체장 출신이라 그 절차를 거쳤다. 꼼꼼히 더 지켜볼 수 있을 것 같고, 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면서도 "여론에 의존하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으니 휩쓸리지는 않겠다.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갈음했다.

미소 보이는 유승민 당선인

◇ "'기적의 사나이' 수식어 맞게, 체육을 바꾸는 기적도 만들 것"

유 당선인이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상대 전적에서 크게 밀렸던 왕하오(중국)를 격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것, 2016년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에도 발로 뛰는 선거 운동을 통해 당선된 것은 모두 '기적'으로 불린다.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나선 이번 선거에서도 이기흥 현 회장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유 당선인은 보기 좋게 깨뜨리며 '체육 대통령'에 올랐다.

이런 과정으로 '기적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세 번의 싸움 중 상대로만 보면 왕하오가 가장 강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이번 선거"라고 돌아봤다.

"선수로서 대회를 할 때는 '이런 것을 좀 더 해볼걸' 하며 후회가 남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견 발표 이후 기다리며 유튜브를 봤을 정도로 긴장이 되지 않았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당선인은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라면, 앞으로는 대한민국 체육을 좀 더 바꾸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이나 정치인 출신 등과 비교해 '경기인 출신' 회장이 갖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제 약점이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반문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저는 기업인, 정치인 출신도 아니지만, 대한민국 체육이 발전할 수 있다면 어떤 노력도 불사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유 당선인은 "기업인과 정치인의 당선 축하 인사를 꽤 받았고, 이미 기업인분들께는 후원 얘기도 하고 있다. 정치인들께도 도와달라고 하며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면서 "제 약점으로 평가받는 부분도 열심히 뛴다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