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혈액형을 물어보던 시대에서 성격검사(MBTI)를 물어보는 시대로 전환된 지 꽤 오래됐다. 젊은 층뿐만 아니다. 이제는 40~50대도 MBTI 유행에 편승한다. 혈액형을 몰라도 자기 MBTI 정도는 아는 게 상식인 시대가 됐다.
'삼프로 TV'와 '매불쇼', '보다' 등 인기 유튜브 채널을 기획한 유튜버 정영진은 신간 '정영진의 시대유감'(21세기북스)에서 MBTI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는 젊은 층이 MBTI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나를 모르고, 대화를 이끌 능력이 없으며, 논리적 사고를 못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내가 나를 모르니 누군가 나에 대해 알려주는 것 같은 MBTI를 써먹는다"는 것이다.
스몰토크, 즉 한담 소재로 MBTI를 활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얼마나 대화 능력이 없으면 죄다 그것만 화젯거리로 삼는지 그게 한심하다"고 작심 비판한다.
MBTI에 잘 맞는 궁합, 잘 맞는 직업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저자는 정해진 질문에 내가 판단하는 내 성향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과연 MBTI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저자는 MBTI 외에도 공감중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국뽕, 행복, 죽음, 비상계엄 등 64가지 이슈에 대해 논쟁적인 발언을 책에 담았다. 그는 "가능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를 애써 남겼다"고 말하면서 아무에게도 공격당하지 않는 적당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짜 배격해야 할 사람들을 짚고 넘어가자.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본인 생각은 실종된 사람들, '이들에게도 저들에게도 피해 없이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성인군자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재미없게, 그리고 한심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적당히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자."
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