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효과·과세이연 장점에 투자자 몰려…순자산 3조원대 'TR형 ETF'도
일부 운용사는 "애초 논란 있어 불확실성 컸다" 선긋기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정부가 국내 상장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중 배당금을 자동 재투자하는 토탈리턴(TR)형에 대해 사실상 운용 금지령을 내리자 자산운용업계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형 ETF의 복리효과와 과세이연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온 운용사로서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프라이스리턴(PR)형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어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해외주식형 TR ETF의 장점을 누릴 수 없게 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TR ETF의 과세 방식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세법상 집합투자기구(펀드)는 반드시 연간 1회 결산·분배를 해야 하는데, 시행령에는 ETF가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하지 않고 유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조항을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것도 ETF 지수 종목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TR형 ETF를 출시, 운용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TR형이 법령에 맞냐 안 맞냐 하는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그냥 방치하면 상품은 계속 만들어지고 규모도 커지다 보니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도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TR형의 이점을 누리지 못해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종전에는 ETF가 배당금을 알아서 재투자하며 장기 투자로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는데, 오는 7월부터는 투자자가 동일한 효과를 누리려면 배당금으로 ETF를 다시 사야 하는 수밖에 없고 이 같은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운용사 입장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TF의 운용 전략은 투자자들이 기초자산만큼이나 상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인데,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TR형이 PR형과 다름없어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TR형을 선택할 유인이 사라져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주식형 TR ETF 중 순자산 1천억원이 넘는 중대형 이상 상품은 총 4개가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TR(H)', 'TIGER 미국나스닥100TR(H)' 등이 개인투자자 매매가 잦은 중형 이상의 체급을 자랑하는 해외주식형 TR ETF다.
이 중 삼성운용의 상품은 순자산이 각각 3조원, 1조원대에 이르며, 미래운용의 상품들은 2천억∼3천억원대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배당성장형 ETF로 유명한 '미국배당다우존스'(SHCD)를 TR형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작년 S&P500과 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TR형 ETF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연 0.0099%로 인하하며 대대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았으나, 앞으로는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TR형이 PR형에 비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건 맞는다"면서도 "다만 다른 펀드 간 조세정의 측면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제도가 바뀌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어 TR형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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