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20조원대 원전 2기, 3월까지 최종 계약 협상 앞둬
웨스팅하우스에 상당 수준 양보 관측…정부·한수원 "분쟁 해소가 더 큰 이익"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오랜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기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수원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최종 수주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16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총사업비가 2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체코 전력 당국과 오는 3월을 시한으로 두고 최종 계약을 위한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그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았다.
체코 정부가 한국과의 원전 협력 의지를 강력히 밝혀오기는 했지만, 법적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체코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자국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을 저지하려 해왔다.
이에 한수원은 APR1400이 국산화를 이룬 설비로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펴왔다.
다만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최종 계약 시한이 내년 3월까지인 상황에서 원만한 분쟁 타결을 통한 미 수출 통제 신고 마무리를 대안이라고 보고 최근 웨스팅하우스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 문제와 관련한 당국 간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약정(MOU)에 정식으로 서명했는데 이 같은 정부 간 움직임이 양사 분쟁 해소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분쟁 타결로 법적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돼 한수원의 체코 원전 최종 수주 전망은 한층 밝아지게 됐다는 평가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2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으로 목표 사업비는 2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이 최종적으로 체코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 수주가 이뤄지게 된다. 선진 시장인 유럽에 첫 교두보를 확보해 향후 한국 원전 수출 확대의 중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협상 타결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수원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협상 주체들이 서로 계약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 유지 조항에 합의해 내용이 공개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조단위 로열티 혹은 일감을 주고, 향후 다른 제3국 원전 수출도 공동 추진하는 것처럼 상당 수준의 양보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 등 특정 지역 원전 수출 문제를 놓고 '상호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에서 타협 도출을 위해 과도한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팀 코리아' 대신 '팀 코러스'로 세계 무대에 나서게 되면 한국 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은 독자 진출보다는 적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 안보 우려 대두, AI 붐이 낳은 전력난 등에 따라 한때 주춤하던 세계 주요국 원전 시장이 다시 커진 상황에서 설계 등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설계, 시공, 운영 등 능력을 갖춘 한국이 협력해 커지는 시장을 공동 공략하는 것이 양국 모두의 장기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의 파이가 커진 만큼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원전 기업들이 오랜 대립에서 벗어나 '팀 코러스'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지재권 분쟁)가 풀어진다면 엄청나게 큰 시장에 같이 가서 조인트 파트너십으로 할 일이 많다"며 "한미 기업이 공동으로 많은 것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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