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이냐 빅딜이냐'…트럼프 2기 북핵 정책기조 어디로

연합뉴스 2025-01-17 00:00:09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 발언으로 스몰딜 가능성 부상

트럼프-김정은의 선택 주목…과거 미북 정상회담 경험 소환

트럼프와 김정은 (CG)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이 대통령의 의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2017년과 같지 않다는 게 자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임기 때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킨 미국과 북한간 핵협상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한 발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취임식이 임박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새로운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 정책, 특히 대북 정책 기조가 어떻게 짜여질 지가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비건 전 부장관의 분석은 트럼프 2기 대외정책에서 북한 이슈가 우선 순위에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가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 특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를 임명했고, 심지어 영국 특사까지 임명했지만, 북한 특사는 임명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그는 "북한은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북한이 어느 시점에 자신들을 의제에 강제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미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북핵을 비롯한 대북정책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경우 그 방향은 어떻게 잡힐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인사청문회 참석한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14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인사 청문회에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면서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스몰딜이라는 용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진행됐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빅딜'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 등 현안을 놓고 다양한 협상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거론됐던 방안이 '빅딜', '스몰딜', '굿딜', '배드딜', '노딜' 등이었다.

각각의 용어에 대한 개념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 가운데 빅딜은 일종의 일괄타결 방안으로 양측이 서로 원하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교환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 그리고 운반수단인 미사일까지 폐기하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평화구축 방안등도 논의하는 등 상응조치를 협의하는 방안이다.

반면 스몰딜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해체를 고리로 미국은 경제적 상응조치와 함께 연락사무소 설치나 평화선언 등을 맞바꾸는 개념이었다.

물론 북한은 강력하게 작동하던 대북 제재의 해제 문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양측은 비핵화의 개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고, 결과는 '노딜'로 귀결됐다.

영변 핵시설의 해체를 핵심카드로 제시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이외의 비밀 핵시설의 존재 등을 거론하며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며 협상장을 나와 버린 것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북미 정상 '하노이 작별' 장면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버리고 핵무력 고도화의 길로 질주했고, 공공연하게 '핵보유국'임을 천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헤그세스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며 트럼프 2기에서 '스몰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시의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미 공화당은 전당대회에서 '북한 비핵화' 언급이 없는 정강·정책을 추인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이 완강하게 거부하는 '완전한 비핵화' 대신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트럼프가 북한과 '군축 담판'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빅딜'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스몰딜이 더 많이 거론되는 것이다.

관심은 북한 김정은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북한이 호응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는 1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의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미북 협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

그는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솔직히 말하면 저도 매우 회의적이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면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다가갔으나 김정은은 두 번이나 협상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의 '핵보유국' 발언 등이 외교가의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