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전 총리 괴한들에 피습…친러 정권 배후 의혹

연합뉴스 2025-01-16 17:00:31

수도 트빌리시에서 시위대를 진압 중인 조지아 경찰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캅카스 지역의 옛 소련 국가 조지아의 전 총리이자 야당 지도자인 기오르기 가하리아가 호텔에서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가하리아는 전날 밤 흑해 연안 도시인 바투미의 쉐라톤 호텔 로비에서 집권 '조지아의 꿈' 소속으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폭행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하리아는 이날 아침 소셜 미디어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글을 올렸지만, 담당 의사는 그가 코뼈 골절과 뇌진탕 증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괴한들이 가하리아를 쓰러뜨렸고, 셔츠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괴한들은 가하리아 폭행에 앞서 반부패 단체를 이끄는 언론인 즈비아드 코리제도 공격했다.

가하리아가 이끄는 야당 '조지아를 위해'는 야권을 위협하기 위한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가하리아는 '조지아의 꿈' 소속으로 내무장관과 총리까지 지냈으나 2021년 '조지아를 위해'를 창당하면서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다.

가하리아의 정당은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했지만, 집권당의 투표조작을 주장하며 등원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담당 수석 대변인인 아니타 히퍼는 집권당 인사들이 잔인한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에 "충격적"이라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지아 주재 영국 대사 가레스 워드도 최근 며칠 동안의 정치 위기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야당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언론인과 시위대에 대한 자의적인 구금은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지아의 꿈 인사들은 가하리아가 직접 충돌을 일으킨 것이라며 야당 인사들이 거짓말과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는 지난해 10월 총선과 함께 실시된 대선에서 집권당 소속인 친러시아 성향의 미하일 카벨라슈빌리가 당선된 이후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지난해 11월 EU 가입 협상 시작 문제를 동결한다고 발표한 이후 매일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야권 인사와 시위대를 겨냥한 공격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