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동성애 차별에 대한 분노…신간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연합뉴스 2025-01-16 17:00:24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흑인 레즈비언에 대한 공격은 우리가 모든 차이를 두려워하도록, 차이를 없애거나 무시하도록 가르침을 받았던 바로 그 내면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의 말이다.

그는 백인 남성과 결혼해 아이 둘을 낳은 엄마이자 백인 여성과 재혼해 동성 가정을 꾸리며 동성애와 페미니즘 운동을 한 인권 운동가다.

최근 출간된 '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오월의봄)는 로드의 사상이 집약적으로 담긴 책이다.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로드가 쓴 에세이, 연설문, 미출간 산문을 담았다.

로드는 책에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이 그것을 믿는 백인들의 문제이듯이, 동성애 혐오적 고정관념은 그 고정관념을 믿는 이성애자들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런 고정관념은 우리가 함께하는 것을 막는 끔찍하고 소모적인 방해물"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글에는 '전사 엄마'로서, 성 소수자 운동가로서, 페미니스트로서의 단단함이 묻어난다. 그 옹골참은 레즈비언 여성들의 삶을 짓누르는 폭력에 저항하고, 그들이 처한 고립과 두려움을 줄이려는 태도에 기인하는데, 그 태도의 근본은 분노다.

그 분노는 개인적인 분노가 아닌 공분에 가깝다. 가령 딸의 철없는 농담에 화내는 사적 분노가 아니라 인종차별적인 버스 기사에게 분연히 맞서는 공적인 분노라는 것이다. 저자는 제대로 된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느끼는 분노를 인식하고 명명하여 그 분노를 그것이 있어야 할 마땅한 곳에 두는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내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말이다."

박미선·이향미 옮김.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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