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 출신 웹툰 작가 역…"아내 손태영, 애들 생각해 액션 그만하라 해"
"알짜 영화 의미 있어…꾸준히 300만명 모으는 배우 되는 게 꿈"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원섭 감독의 영화 '히트맨'에서 특수요원 출신 웹툰 작가 준 역으로 웃음을 안긴 배우 권상우(49)가 '히트맨 2'로 돌아온다. '히트맨'은 2020년 1월 개봉해 설 연휴 특수를 누리며 흥행몰이했지만, 곧이어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최종 관객 수 247만여 명에 만족해야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범죄도시'처럼 크게 성공했다면 2년 후에 속편이 나왔겠지만 '히트맨'은 좀 애매하지 않았냐"라며 "그래서 5년 만에야 나온 것"이라고 웃었다.
오는 22일 극장에 걸리는 '히트맨 2'는 준이 심기일전해 그린 웹툰의 내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으면서 겪는 일을 담았다. 아내 미나(황우슬혜 분)에게 꼼짝 못 하는 찌질한 면모가 웃음을 주면서도 악당들을 홀로 해치우는 액션 장면에선 시원함을 안긴다.
권상우는 2편의 제작에도 참여할 만큼 '히트맨'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성적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다"며 "3편까지는 구상을 해뒀고 마음속으로는 4편까지 쭉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탐정: 더 비기닝'(2015), '탐정: 리턴즈'(2018)로 재미를 본 경험도 있다. 1편(262만여 명)보다 2편(314만여 명)이 더 많은 관객을 모으며 영화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2편이 300만명을 넘겼을 때 배우로서 큰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작비가 수백억 원 들어간 작품을 해서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는 것보다 이런 알짜 영화가 제게는 더 의미 있어요. 제 꿈은 꾸준히 3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배우가 되는 겁니다."
데뷔 초이던 '말죽거리 잔혹사'(2004) 때부터 꾸준히 액션에 일가견을 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액션 장면을 소화했다. 4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오른쪽 다리는 평생 통증을 달고 살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지만, 그는 '노(No) 대역'을 고집했다.
권상우는 "가진 게 많이 없는 배우여선지 몰라도 제가 가진 건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다"며 "관객들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오는 건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아내(배우 손태영)는 액션을 그만하라고 해요. 나이가 몇인데 애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하하. 근데 전 아직 액션을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합니다. 액션도 저라는 배우를 찾아주는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저 나이에도 저런 액션을 하는구나'라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손태영과 아들, 딸과 평소에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인 그는 가족에게 유독 각별해 보였다. 권상우는 스케줄이 없을 때 가족이 사는 미국 뉴저지에 가 시간을 보내고 온다. 손태영의 유튜브 채널에 악성 댓글이 달리면 "보기 싫으면 보지 말고 꺼져"라고 답글을 달기도 한다.
그는 '히트맨 2' 역시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의 이야기"라며 "저도 가장이어서 미혼 남자 배우보다 좀 더 공감이 간다"고 했다.
'히트맨 2'에는 준이 사춘기 딸 가영(이지원)과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거나 딸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을 보고 충격받는 모습이 나와 웃음을 유발한다.
실제로 열 살짜리 딸이 있는 권상우는 "제 딸에겐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랑을 많이 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아이들의 판단을 믿는다"고 미소 지었다.
"저도 어릴 때 엄마가 뭐라고 하면 대들기도 했지만, 결국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절대 안 했어요.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고, 부모님이 어떻게 사는지를 본 아이들은 성장한 뒤에도 잘 살아갈 거라 믿어요. 그런 길잡이 역할을 부모인 우리가 해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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