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DP 1위' 광둥성, 2년 연속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

연합뉴스 2025-01-16 15:00:08

"개혁개방 후 목표-실제 성장 간 최대 격차…전기차 등 신흥산업 기대 못 미쳐"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전시된 전기차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개혁·개방 발상지이자 해마다 지역 국내총생산(GDP) 1위를 차지해온 남부 광둥성이 작년까지 두 해 연속 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웨이중 광둥성장은 전날 광저우(廣州)에서 개최된 광둥성 제14기 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작년 광둥성의 GDP가 14조위안(약 2천781조원)으로 집계돼 36년 연속 중국 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둥성 당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GDP 성장률은 언급하지 않았다. 광둥성의 2023·2024년 성장률 목표는 '5% 이상'이었다.

위훙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연구소 고급연구원은 작년 광둥성 경제성장률을 3.2%로 추정하면서 "광둥성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교적 둔화한 경제 성장에 외부 우려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정대로라면 광둥성의 GDP 성장률은 2023년(4.8%)에 이어 두 해 연속 목표에 못 미친 셈이 된다. 상하이와 베이징이 작년 성장률을 각각 5% 안팎과 5.2% 안팎으로 발표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펑펑 광둥성 체제개혁연구회 집행회장은 작년이 개혁·개방 이래 광둥성이 처음으로 경제 목표와 실제 성장 사이에 큰 차이가 났던 해라며,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광둥성 성장률이 중국 평균 수준보다 줄곧 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간 광둥성 경제를 주도한 포산(佛山)시와 광저우시의 위축이 두드러졌다.

펑 회장은 "많은 전통 산업이 여전히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을 받고 있고, 특히 포산 등지가 그렇다"며 "광저우의 자동차산업 같은 일부 핵심 업종은 제때 전환·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해 경쟁력 하락을 유발했다"고 했다.

신흥 산업 수출은 광둥성 경제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광둥성의 작년 수출입액은 9조위안(약 1천788조원)으로 9.8% 성장했고, 신에너지차 생산량은 43% 늘어 중국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위 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전략 산업으로 내세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새로운 세 가지 상품'(新三樣)이 광둥성 경제 성장에 핵심 역할을 했지만, 이 요소들이 실제 성장률에 주는 영향은 기대에 못 미쳤는데 이는 중국이 경제 전환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여러 해 동안 대외무역 주도에서 내수·투자 주도로 전환을 시도해왔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광둥성 상황은 내수가 효과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일각에선 광둥성의 경제 둔화가 이어지면서 '경제 1위 성(省)' 지위까지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1∼3분기 광둥성과 동부 장쑤성의 GDP 격차는 2천200억위안(약 43조7천억원)이었는데, 3분기만 놓고 보면 장쑤성의 성장률은 2분기 대비 광둥성보다 2%포인트 넘게 높았다.

펑 회장은 "장쑤성과 광둥성의 GDP 격차는 이미 (광둥성의 경제 중심지인) 광저우와 선전(深圳) 격차보다 작아졌고, 현재 성장률대로면 장쑤성이 1∼2년 안에 광둥성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광둥성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다시 설정했다. 왕 성장은 올해 광둥-홍콩-마카오 통합 발전 가속화와 신흥 산업 전환 추진, 민생 보장, 부동산시장 안정화 추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위 연구원은 광둥성의 올해 내수가 대체로 인프라 건설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것이 내수·투자를 유발해 경제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중심의 광둥성 경제에는 여전히 도전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