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포항공대 연구…빛 받으면 세포 리소좀 공격해 자가포식 방해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항암제 내성이 있는 암세포에 빛을 비춰 제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1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태혁·민두영 교수팀은 포항공과대(POSTECH) 박태호 교수팀과 함께 항암제 내성 원인으로 알려진 암세포의 자가포식을 억제할 수 있는 광 반응 화합물을 개발했다.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이 화합물이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공간인 세포 내 리소좀만을 선택해 공격하는 원리다.
암세포의 적응력은 항암제 개발의 주요 장애물로 꼽힌다.
세포 안에 생긴 노폐물을 분해하는 자가포식도 이러한 적응 기전이다.
암세포는 자가포식을 통해 항암제를 배출하고, 분해한 노폐물 성분으로 부족한 에너지원을 메우며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자가포식 억제를 위해 모폴린과 이리듐으로 구성된 광 반응 화합물을 만들었다.
모폴린은 세포의 리소좀만 표적으로 삼는 역할을 하며, 이리듐은 빛을 받아 산화 손상을 일으킨다.
해당 화합물을 약물 내성 췌장암 세포가 이식된 쥐에게 넣은 뒤 적외선을 비추자 젬시타빈 항암제 내성이 생긴 췌장암 조직이더라도 7일 만에 암이 줄어들며 완전히 사라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이 화합물은 빛을 받아 리소좀 막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리소좀이 자가포식소체와 융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포식소체는 세포 노폐물이 일시적으로 격리되는 장소로, 자가포식소체와 리소좀 간 융합이 일어나야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권태혁 교수는 "자가포식으로 약물 내성이 생긴 주요 난치암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젬시타빈 이외에도 기존 항암제들과 병용 치료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자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실렸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국립암센터, 중소기업정보진흥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UNIST의 지원을 받았다.
y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