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혁신형 SMR 개발…두산에너빌, 파운드리로 주기기 등 공급
SK 등, SMR 투자 가속…HD현대·삼성중, 해상 SMR 개발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언급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국은 기존 원자력 기술력에 기반해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 SMR을 개발 중이고,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로서 미국 업체들의 주기기 등을 제작 중이다.
또 SK그룹을 필두로 SMR 투자를 가속하고 있고,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등이 해외업체와 손잡고 해상 SMR 개발·SMR 기자재 공급 등을 추진 중이다.
◇ SMR,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효율성↑…미국이 주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이트 장관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상업용 원자력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발전량이 1기가와트(GW)에 달하는 대형 원전보다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지명자가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한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SMR은 대형 원전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돼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배관 설비가 필요 없어 지진 등 자연재해 시에도 방사성 물질 누출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미국 업체인 뉴스케일파워 SMR의 경우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대형원전에 비해 약 3천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다.
SMR은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노력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발(發) 전력수요가 더해지면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께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 시장 규모는 390조∼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글로벌 SMR 시장은 원자력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이 앞장서 SMR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 한수원, 혁신형 SMR 개발中…두산에너빌, SMR 파운드리로 입지 강화
한국은 1980년대부터 쌓아온 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 SMR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2028년 인허가 취득 후 국내 건설과 수출을 예정하고 있다.
다만 SMR 주기기 제작 등을 하는 파운드리 업체는 국내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유일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까지 원자로 34대, 증기발생기 124대를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 납품한 원전기업으로, SMR 파운드리로서 뉴스케일파워 등 SMR 설계사들과 협력해 주기기 등을 제작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2차례에 걸쳐 1억400달러(1천300억원)를 투자했고, 2029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 SMR의 원자로 초도 기자재 제작·공급을 맡았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원자로 모듈 소재 제작에 착수했다.
2021년 9월에는 고온가스로 SMR을 개발 중인 미국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과 시제품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미국 SMR 기업인 테라파워와는 지난해 주기기 3종(원자로 보호용기·원자로 지지구조물·노심동체구조물) 공급 및 제작 검토 용역 계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초 향후 5년간 SMR 주기기 62기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으나 SMR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연간 20기 규모의 SMR 제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SK 등, SMR 투자 가속…HD현대 등 해상 SMR 개발 박차
이밖에도 SK그룹은 SK㈜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2022년 미국 테라파워에 총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하며 관련 투자를 이끌고 있다.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현대건설 등도 해외 SMR 기업에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조선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상 SMR 개발과 기자재 공급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월 미국 테라파워, 서던컴퍼니, 영국 코어파워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에서 용융염(熔融鹽) 원자로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회를 개최했다.
이어 12월에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원자로 용기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345메가와트(MW) 규모로 설치하는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사(社)와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기술을 바탕으로 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도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은 2021년 홀텍사와 SMR 공동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미국 팰리세이즈 SMR 최초 호기 배치를 포함해 원전 해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구축 등 원자력 전 주기에 걸친 사업을 협력 중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에서 개발한 SMR을 우선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수출을 꾀하고 있다"며 "국내 SMR 개발, 건설,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