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싶다' 음성 복제 메시지로 접근…기부 요청에 의심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16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와 AFP통신에 따르면 패통탄 총리는 음성 복제로 주변국 지도자를 사칭한 정교한 보이스피싱에 거의 속을 뻔했다고 전날 취재진에 밝혔다.
그는 잘 알려진 외국 지도자 목소리가 담긴 음성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만나기를 기대하며 함께 일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패통탄 총리는 이에 문자메시지로 '알겠다'고 답했고,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밤 11시께 걸려 온 전화를 받지 못했고, 다음날 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상대방은 '태국은 아직 기부하지 않은 유일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라며 기부를 요청했다.
패통탄 총리는 기부 요청에 다소 놀라고 의심이 들었으며, 그들이 보낸 은행 계좌번호가 제3국에 속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사기임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기범들이 사칭한 외국 지도자 신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통탄 총리는 "나 역시 거의 피해자가 될 뻔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고하고 싶다"며 "사기가 점점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목소리를 복제하거나 가짜 음성을 생성하는 딥보이스, 실제 인물처럼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패통탄 총리는 디지털경제사회부에 이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37세 나이에 태국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 패통탄 총리는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다.
패통탄 총리는 이달 초 태국 국가반부패위원회(NACC)에 138억4천만밧(약 5천825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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