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수출 회복했지만 일본 감소폭 커…음반 총판매량 1억장 밑돌아
"올해 BTS·블랙핑크 '투톱'과 대형 신인 기대…팬덤 파이 키워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주성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한 K팝 시장이 지난해 실물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고 수출액도 정체하는 등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팀 활동 재개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하이브·SM·JYP 등 대형 기획사에서 잇따라 신인 그룹을 내놓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K팝 음반 수출액 사실상 '제자리'…일본 줄고 중국 늘어
16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음반 수출액(이하 수리일 기준·HS 코드 8523.49.1040)은 2억9천183만7천달러(4천238억원)로 전년도 2억9천23만1천달러(4천215억원)보다 0.55% 증가했다. 사실상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음반 수출액은 2019년 7천459만4천달러(1천83억원), 2020년 1억3천620만1천달러(1천977억원), 2021년 2억2천85만달러(3천205억원), 2022년 2억3천138만9천달러(3천358억원) 등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분기점으로 급증했는데 작년 이러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 음반 수출액을 대상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이 8천978만6천달러(1천303억원)로 1위였고, 미국(6천29만3천달러·875억원)·중국(5천978만9천달러·868억원)이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톱 3'를 차지했다.
K팝 시장의 '큰 손'인 이들 세 국가의 수출액 점유율은 72.8%에 달했다.
중국은 경기 불황과 한한령 등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작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76.4% 증가했고, 일본은 반대로 같은 기간 24.7% 감소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4월까지는 중국 내 (K팝 음반) 판매량이 오르내리며 불규칙했는데 5월부터는 현지 시장이 다소 살아났다"며 "작년 수출 데이터가 무너지지 않고 답보 상태로 있는 까닭은 중국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 음반 총 판매량 1억장 아래로…마케팅 자제·보이그룹 부진 영향
K팝 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또 다른 '가늠자'인 연간 총 음반 판매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1∼12월 써클차트 기준 실물 음반 판매량(1∼400위 합계)은 약 9천890만장으로 전년도 대비 2천130만장 감소하며 1억장 아래로 내려갔다.
가요계에서는 이를 두고 작년 '초동(첫 주 판매량) 경쟁', '무한 팬싸'(음반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팬 사인회를 계속 개최), '음반 밀어내기'(필요 이상의 물량을 출하하거나 중간 판매상에게 구매하게 하는 것) 등 K팝 시장의 '병폐'로 지목되던 과도한 마케팅이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점을 지목한다.
또 주요 아이돌 그룹의 팬덤에서도 2022∼2023년과 같은 판매량 기록 경쟁이 과열되지 않았다는 점도 꼽는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작년 음반 판매량 감소량은 상위권 보이그룹에 몰려 있고, 걸그룹은 전년도 대비 큰 변동은 없이 선방했다"며 "이 때문에 (판매량 감소가) 우려스러운 K팝 산업의 구조적, 근본적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작년에는 특히 가요계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여름에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2024 파리올림픽이 열려 K팝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 등으로 작년 3분기 하이브와 SM 등 대형 기획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고, YG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 올해는 분위기 살아날까…양적 성장서 눈 돌리자는 목소리도
가요계에서는 올해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팀 활동을 재개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전역한 진·제이홉 외에 RM, 뷔, 지민, 정국, 슈가 다섯 멤버가 오는 6월 병역의 의무를 마친다. 블랙핑크는 올봄 신곡 작업에 들어가 '공연 성수기'인 여름께부터 새 월드투어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올해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돌아오면서 이른바 3·4세대 아이돌과 그 후배들이 동시에 활동하는 라인업이 두터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 SM, JYP 등 대형 기획사들이 올해 잇따라 신인 그룹을 내놓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JYP는 이달 20일 신인 보이그룹 킥플립을 선보이고, SM은 다음 달 8인조 걸그룹 하츠투하츠와 한영 합작 보이그룹 디어 앨리스를 데뷔시킨다. 하이브도 연내 라틴 현지 아티스트를 내놓는 게 목표다.
이들은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4세대 아이돌의 후배 그룹들로, K팝 시장의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올해는 4세대 아이돌의 동생들이 데뷔해 새로운 수익 모델이 생기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요계가 이제는 음반 판매량으로 상징되는 '양적 성장'에만 골몰하는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성까지 챙기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팝 팬들이 결성한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팬들은 연예 기획사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유발하고 기후 위기를 심화하는 상술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응원봉으로 만든 트로피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케이팝포플래닛은 66개국 팬 1만40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하이브가 '기후 위기를 심화한 기획사'와 '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획사' 2개 부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K팝 시장의 성장을 이어가려면 코어 팬덤 외에도 대중과 팬덤 사이에 있는 '라이트 팬덤'을 공략해 '팬덤의 파이' 자체를 늘려야 한다"며 "결국 대중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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