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일관계 전례없이 불확실…韓정치권, 대화로 수습해야"

연합뉴스 2025-01-16 10:00:13

"양국 간 역사문제 불씨 여전…트럼프 재집권도 한일관계 전망 어렵게 해"

주요조간, 1면 머리기사로 '尹체포' 보도…"韓정치대립·사회분단, 극한 상황"

윤 대통령 체포 보도한 일본 조간신문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수괴 등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은 한국 사회 내 분단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면서 한국 정치권이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16일 보도했다.

일본 주요 조간신문은 이날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윤 대통령 체포 사실을 전했고, 일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관계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현직 (한국)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의 정치 대립과 사회 분단은 극한에 이르렀다"며 "현직 대통령 수사에는 여론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내 한국 정치 전문가들도 윤 대통령 체포는 한국 사회 분단의 결과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요미우리신문에 "상호 간에 타협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엄중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 방법 등에서 서로 양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구속됐던 배경에는 이념적 완결성을 중시하는 정치 문화가 있다면서 "한국 정치는 당분간 보수·반공산 세력과 진보 세력이 모든 분야에서 타협하지 않고 경합하는 장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아사히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주요 언론은 이날 사설에서 한국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냉정한 논의'와 '대화'라고 조언했다.

요미우리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 체포가 국내외에 준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한국) 여야당은 사법 절차에 따라 냉정한 논의를 통해 사태 수습을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혼란의 수습으로 이어지려면' 제하 사설에서 한국 여야 정치권을 향해 "당리당략에 따라 윤 대통령 체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정치를 정상화하는 행동이 쌍방에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아사히는 한국 정치권에 '대화를 통한 정치 안정'을 호소한 사설을 싣고, 별도 분석 기사에서 "한일관계는 전례 없이 불확실한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임 일본 총리가 개선한 한일관계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진전시키려 했으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러한 구상이 물거품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일 간에는 추도사 내용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사도광산 추도식' 등 역사 문제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면서 "한국 최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역사 문제에 엄중한 자세를 보여서 향후 불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는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고 다국 간 협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는 것도 한일관계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짚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거듭해서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일, 한미일 관계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불투명함이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