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용수시설 18만6천개·담수지 3천800곳…"물 부족해 불 못 끈 경우는 없어"
대응 늦추는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문제…기후변화 담수지 관리강화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미국 재난대응 당국이 서부 로스앤젤레스(LA) 근교를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는 대형 산불을 진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길을 잡기 어려운 이유로 거센 강풍과 함께 소방(소화)용수 부족 문제가 꼽히면서 한국의 소방용수 실태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소방청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통상 산불이 나면 소방과 산림청은 각각 육상과 공중에서 역할을 분담해 진화 작업을 편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물탱크차 등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더는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진압에 나선다.
산림청은 헬기를 동원해 공중 진화를 맡는다. 산불이 잦은 강원, 경북의 경우 소방당국이 보유한 다목적 대형 헬기가 함께 동원되기도 한다.
소방당국이 화재 진화용으로 쓰는 소화용수는 상수도에서 나오는 수돗물이다.
소화용수는 대부분 소화전이나 상수도 시설이 부족한 곳에 설치하는 저수조, 급수탑에 소방용 호스를 연결해 확보한다.
2023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소화전은 18만4천여개다. 저수조(1천408개), 급수탑(692개)까지 합하면 소화용수 시설은 18만6천개가 넘는다.
도로가 좁거나 비포장이라 소방차 접근이 어려운 곳에는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돼 있다.
비상소화장치는 화재 발생 초기 지역 주민이 활용해 불을 끌 수 있게 한 설비다. 소화장치함 내 호스가 소화전에 연결돼 있어 용수 개폐 장치를 열면 소화호스를 통해 수돗물이 분사돼 화재 초기 불길을 잡는 데 유용하다.
2023년 기준 전국에는 1만2천여개 비상소화장치가 있다. 이중 농어촌(1천487개)과 산림 인접 마을(1천648개)에 3천개 넘게 설치돼 있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 등에서 큰 피해가 났지만, 비상소화장치가 마을을 지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이 소화용수로 수돗물을 이용한다면 산불 진화헬기는 산불 발생지 인근의 저수지나 강, 하천 등의 담수를 소화용수로 활용한다.
산불 진화헬기가 활용하는 항공용 담수지는 전국에 약 3천800곳이 있다.
가뭄이 이어져 담수량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해 산불이 많이 나는 지역에는 이동식 저수조(89개)를 별도 배치해 운영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설치한 뒤 물을 채워 임시 담수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담수지가 멀 경우에는 이동저수조가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동저수조 하나당 약 4만t가량의 소화용수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화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설 인프라가 비교적 촘촘해 화재 시 용수 부족에 따른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소방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도심의 경우 소화용수 인프라보다는 불법 주차 등으로 소화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화재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문제로 꼽힌다. 현행법상 소화전 주변 5m 이내는 주·정차를 하면 안 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장 경험이 20년 넘는 한 소방공무원은 "전국 어지간한 곳에 소화전뿐만 아니라 비상소화장치가 있다. 소화용수가 부족해 불을 끄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100% 완벽하진 않겠지만 차질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이 난 지점이 멀다고 해도 소방차에 연결된 100m, 200m 호스에 압력을 주면 (전방) 300m, 500m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담수지 관리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데이터 등을 활용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계절에 따라 담수지 저수량이 달라지는데 최근 5년간 최저 저수량이 얼마인지도 (담수지 관리에)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며 "관리 데이터 등을 활용해 담수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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