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친구 밀쳐 치아 부러뜨린 4살…부모에 배상 판결

연합뉴스 2025-01-16 10:00:09

피해 아동 부모, 3천만원 배상 청구…법원 "120만원만 줘야"

어린이집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2023년 2월 당시 4살이던 A군은 어린이집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송곳니 끝부분이 부러졌고 아랫입술도 까졌다.

사고 장소가 화장실이어서 폐쇄회로(CC)TV가 없었고, 마침 보육교사들도 지켜보지 못했다.

한 보육교사가 놀라 A군과 옆에 있던 B군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B군이 "내가 그랬어요"라고 실토했다. 그가 친구인 A군을 밀쳐 일어난 사고였다.

상황을 파악한 보육교사는 A군과 B군 엄마에게 각각 연락해 사고 사실을 알렸고, 이후 B군 엄마는 A군 엄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애가 A군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들었어요. 입 안을 다쳤다고 들었는데 죄송합니다."

B군 부모는 피해를 변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사건 발생 닷새 뒤 A군 부모를 만났다.

치료비와 함께 선물도 준비했지만, A군 부모는 거절했고 같은 해 5월 손해배상 소장을 법원에 냈다.

A군 부모는 다친 아들에게 2천만원을, 자신들에게는 각각 500만원씩 총 3천만원을 요구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단독 김재향 판사는 A군과 그의 부모가 B군의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판사는 A군과 그의 부모가 요구한 3천만원이 아닌 120만원만 지급하라고 B군 부모에게 명령하면서 소송 비용의 90%를 A군 부모가 부담하라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B군 부모도 자녀가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다투지 않았다"며 "어린이집 안전공제회에 제출된 보고서를 봐도 B군의 가해 행위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B군은 당시 만 4살로 자신의 행위로 인한 법률상 책임을 질 능력이 없었다"며 "민법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B군 부모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A군 부모가 배상금으로 요구한 3천만원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손상된 A군의 치아는 유치인 데다 이후에 변색이나 신경 손상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실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 후 B군 부모가 사과 의사를 보이고 손해배상금을 마련해 전달하려 했다"며 "A군 부모가 이를 거절하고 과다한 손해배상을 요구해 소송까지 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