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감소하던 폐업 다시 늘고 공장 가동률은 하락
"손 놓고 있을 수만 없다"…일부 업체, 해외시장 개척 추진
[※편집자 주 = 새해가 밝았지만 대구지역 중소 제조업계는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공단에는 문을 닫는 업체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탄핵 정국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역 공단의 그늘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대구 성서공단 등 현장 상황을 다룬 기사를 두 편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대구의 한 공단에 입주한 건설자재 제조업체 A사.
새해를 맞아 인도 등 외국 시장 개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장기간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어 거푸집 등 건축 자재를 내다 팔 곳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 전망마저 지극히 불투명해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고 이때문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B사는 최근 1년간 신규 주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거래하는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협력업체로서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으나 적지 않은 직원이 근무하는 업체다 보니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A사와 B사는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여서 당장 특단의 경영상 조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 영세업체는 속절없이 문을 닫고 있다.
국세청에 등록된 대구지역 폐업 사업자 수를 보면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4만537명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3만6천386명) 이후 2021년(3만6천194명), 2022년(3만4천759명) 등 매년 폐업자 수가 감소해 왔는데 2023년부터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2024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폐업자 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장 가동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입주업체 평균 가동률은 70.41%를 기록했다.
그러나 목재·종이, 섬유, 철강 등 3개 업종이 계절적 요인 등으로 가동률이 크게 늘면서 평균값을 높인 것일 뿐 전기전자, 석유화학, 운송장비 등 대부분 업종은 가동률이 감소했다.
원자재 비용이 늘고 경기 침체로 인해 수주가 줄면서 공장 가동률 감소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운송장비, 식음료업은 공장 가동률이 전분기보다 8% 이상 줄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외 불안한 정세가 기업들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외국 바이어 주문이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수출 기업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천460원을 넘어서면서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역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은 2차전지 장비 업체들의 경우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다 보니 그만큼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될 처지다.
이와 관련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환율 급등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55%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뿐 아니라 물류비용 증가, 해외투자 차질, 해외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 등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대다수 기업이 올해 경영 계획마저 세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올해 연말까지 국내외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폐업이나 휴업을 단행하는 지역 업체가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위기를 맞아 원가 절감, 해외 시장 개척 등 갖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 금융 등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수 기업이 한계 상황에 봉착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