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젠 한강에서 썰매를 탈 수 없다?

연합뉴스 2025-01-16 09:00:08

과거 한강서 얼음 낚시·빙상대회까지 개최

한강 결빙 기준은 한강대교 부근 얼어야

한강, 온난화로 얼어도 두께 얇고 금방 녹아

1956년 한강 빙상대회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과거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에서 시민들이 썰매를 타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얼어붙은 한강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지난 10일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가고 체감기온은 영하 21.7도에 달하는 '냉동고 추위'에도 한강은 얼지 않았다.

왜 한강은 예전처럼 얼지 않는 걸까? 이제 한강에서 썰매를 타는 일은 불가능해진 걸까?

◇ 한강대교 부근 얼어야 '결빙'…갈수록 결빙 늦고 짧아져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한강은 총길이 494.44km, 서울을 통과하는 길이만 41.5km에 달한다. 강폭도 900∼1천200m 정도로 넓어 세계에서도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큰 강이다.

이렇게 큰 한강의 전 구간이 통째로 얼어붙는 건 아무리 매서운 추위라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한강이 '얼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기상청은 1906년부터 한국전쟁 당시를 제외하고 매년 한강 결빙을 관측하고 있는데, 기준지는 서울 동작구와 용산구를 잇는 한강대교의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부근의 공간이다. 다른 곳이 꽁꽁 얼어붙었더라도 이곳이 얼지 않으면 공식적인 '결빙'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한강 결빙 관측 지점

얼음이 이곳의 수면을 완전히 덮어 물속을 볼 수 없으면 '결빙'으로, 결빙된 수면이 녹아 어느 일부분이라도 노출돼 다시 얼지 않으면 '해빙'으로 본다. 얼음의 두께는 상관없다. 관측은 처음 얼었을 때와 다시 얼지 않는 날짜를 기준으로 하기에 결빙일과 해빙일 사이에는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

한강대교 부근을 기준지로 삼은 이유는 관측을 시작할 당시 다리가 없던 한강에서 노량진이 한강의 주요 나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서울을 통과하는 한강수계를 볼 때 거의 중앙에 위치해 결빙 관측 지점의 대표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한강은 관측 이래 지난해까지 평균적으로 1월 10일에 결빙했고, 1월 28일에 해빙했다.

1934년 겨울(12월 4일)이 관측 이래 가장 빨랐고, 1963년 겨울(2월 13일)이 가장 늦었다.

한국전쟁 당시를 제외하고 1960년, 1971년, 1972년, 1978년, 1988년, 1991년, 2006년, 2019년, 2021년 등 총 9개 해에는 결빙이 관측되지 않았다.

동장군 맹위 한강 상류는 완전결빙

결빙 시점은 점점 늦어지는 추세다. 1900년대 초중반에는 12월 결빙이 일반적이었다. 1906년부터 전쟁까지는 4개년(1929년, 1932년, 1936년, 1940년)을 빼놓고 모두 12월에 결빙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결빙 시작일이 점점 늦어지더니 1980년대부터는 1월 결빙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빙 일수도 줄었다. 1900년대 80일에서 1960년대 42.2일, 1970년대 28.7일, 1980년대 21일, 19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 등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2014년, 2016년, 2018년 등 결빙일과 해빙일이 같은 해도 있었다.

기상청의 계절 구분상 한 해의 겨울은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기에 해가 바뀌었지만 아직 2024년 겨울의 한강 결빙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 도시화·온난화로 얼음 잘 안 얼고 얼어도 얇아져

한강 결빙이 점점 늦어지거나 잘 얼지 않는 이유는 높아진 기온의 영향이 크다.

한강은 결빙 전 5일 이상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이고, 일 최고기온도 영하에 머물 때 얼어붙는 경향을 보이는데 기온이 점점 따뜻해져 잘 얼지 않는 것이다.

겨울 자체가 짧아지는 탓도 크다. 기상학적으로 겨울은 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시작으로 보는데, 1910∼1940년까지 약 30년간 겨울은 평균적으로 11월 29일 시작해 109일 지속돼 '가장 긴 계절'이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12월 2일 시작해 87일 동안 지속돼 22일이나 줄었고, 앞으로도 더 짧아질 전망이다.

도시화로 방출되는 난방열과 온수, 한강에 유입되는 각종 공업·생활하수 등도 요인이다. 물은 오염물질이 섞이면 어는 점이 낮아진다.

수면 얼기 시작하는 한강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바닥을 고르게 파내고 올림픽대로를 개통하는 등 한강 일대를 개발해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져 얼음이 얼기 어려운 환경이 된 이유도 있다.

한강이 얼어붙었다고 빙판에서 오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한강 얼음은 과거 30㎝ 이상으로 두껍게 얼어붙어 빙상대회가 열리고 얼음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겨울에만 얼음을 채취할 수 있던 조선시대에는 한겨울 한강이 얼면 얼음을 잘라 '빙고'에서 보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5∼10cm 안팎으로 얼음이 상대적으로 얇게 언다. 빙어낚시 등 겨울 야외 빙상에서 열리는 축제는 안전상의 이유로 대부분 얼음두께 25cm를 개장 기준으로 삼는다.

2002년 12월 살얼음이 언 한강에서 놀던 초등학생 3명이 빠져 숨졌고, 2016년에도 동작대교 남단 결빙된 한강 위에서 놀다 얼음이 깨져 13세 아이가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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