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깐풍기 라조기 유린기, 기! 삼형제

연합뉴스 2025-01-16 07:00:11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늘 고민입니다. 너나없이 줄줄이 둘 중 하나를 주문합니다. 그러던 끝에 맨 마지막 제 차례를 맞아 "난, 기스면이요"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맑고 깊은 닭 육수 맛을 좋아하는 그는 틀림없이 담백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기에. 또 주체적 결단(ㅎ)을 내리는 모습으로 미뤄보아 줏대가 좀 있을 것 같기에.

몇 가지 말을 익히면 중국요리 메뉴를 고를 때에도 재미가 있습니다. 자장이라고도 하는 짜장을 한자로 옮기면 炸醬(작장)입니다. "기름에 튀기며 볶은 장"이라는 뜻입니다. 간짜장의 '간'은 마를 건(乾)에서 비롯됐습니다. 국물이 없는 마른 장이라는 의미입니다. 유니짜장을 파는 음식점도 많습니다. 유니(油膩)는 "기름지고 느끼한 짜장"을 일컫습니다. 유니짜장은 다진고기의 맛과 향, 식감도 중요합니다.

기스면은 다른 음식입니다. 맑게 우려낸 닭 육수에 실처럼 찢은 닭고기를 사용한 면요리이지요. 이 대목에서 공식 하나를 기억해둡시다. 우리가 많이 찾는 중국음식 이름 중에 '기'가 들어가 있으면 닭고기 요리라는 것을요. 닭 계(鷄)가 우리말로 '기'로 발음되고 표기되는 낱말들입니다.

깐풍기

한자를 보십시오. 기스면은 닭 계 실 사 면 면, 즉 鷄絲麵이라고 씁니다. 기가 쓰였으니 닭고기를 사용했을 겁니다. 또 실 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실처럼 고기를 찢어 넣어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라조기 깐풍기 유린기도 같은 '기'자 돌림 삼형제입니다.

깐풍기는 졸여서 볶아낸 닭고기. 사전은 토막을 친 닭고기에 녹말을 묻혀 튀긴 다음, 양념 초간장을 위에 끼얹어 먹는다고 풀었습니다. 라조기는 매운 고추 닭고기. 토막 친 닭고기에 녹말을 묻혀 튀긴 다음, 고추·파·마늘·생강 따위를 볶아 섞고, 녹말을 푼 물에 넣어 익힌다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유린기는 기름에 적신 닭고기. 녹말 튀김옷을 입혀 튀긴 닭고기에 파, 마늘, 고추, 식초, 설탕이 들어간 간장 소스를 곁들인 음식이라고 위키백과는 써놓았습니다. 찍먹이냐, 부먹이냐. 탕수육을 앞에 둔 갑돌이와 갑순이의 최대 난제입니다. 기 삼형제는 그럴 필요 없어 좋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향문천,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김영사, 2024 (p 276∼277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국어사전

4.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