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 정권교체 '마중물'로

연합뉴스 2025-01-16 00:00:21

선거 방식 불합리성 알려져 표심 요동…대이변의 기폭제 노릇

시도 단체장 위주로 만난 이기흥…유승민은 밑바닥 민심 훑어

유승민, 대이변 연출하고 대한체육회장 당선…이기흥 3선 저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후보를 꺾고 대이변을 연출한 것은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유승민 당선인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체육회장 선거에서 총투표수 1천209표 중 417표(득표율 34.5%)를 얻어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 후보(379표·득표율 31.3%)를 제치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이기흥 후보가 여유롭게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이기흥 후보는 여러 법적 문제에 직면해서도 체육계를 위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며 일부 체육인의 지지를 받았다.

체육계에서는 이기흥 후보의 고정 지지세가 30∼40%가량 된다고 봤다.

그러나 유승민 당선인은 단일화 논의에 잠시 참여했다가 독자 노선을 택했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체육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래픽]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특히 선거 과정에서 두 차례 체육회장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이호진 회장을 포함한 선거인단 11명은 지난 7일, 강신욱 후보는 8일 각각 선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선거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선거를 하루 앞둔 13일 현행 선거 방식이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가처분 신청이 비록 기각됐지만, 이를 통해 선거 방식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대의원들에게 환기되는 효과를 냈다.

처음 투표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처음에는 단순히 당일 투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가처분 신청을 계기로 제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대의원 유권자 사이에서 확산했다"고 말했다.

이기흥 선거 캠프 측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면서도 내심 이를 '판을 엎으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고, 젊은 유권자의 표심은 유승민 후보에게로 쏠렸다.

나란히 앉은 대한체육회장 후보자들

이기흥 후보 측의 선거 운동 방식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이기흥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17개 시도단체를 돌며 회장들을 일일이 만났다.

이들이 체육계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크지만, 실제 선거에서 표는 각 1표에 불과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시도단체 실무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유승민 후보는 하루 25㎞를 걸으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 때처럼 적극적인 유세 활동을 펼쳤다.

또한 대한체육회 가맹 68개 전 종목을 체험하고 짧은 영상(쇼츠)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유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끌어냈다.

강태선 후보의 선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체육회장 선거에서 216표(득표율 17.9%)를 얻어 3위를 기록한 강태선 후보는 서울시체육회 회장으로, 그의 지지표 상당수가 이기흥 후보의 표를 빼앗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강태선 후보의 표가 결과적으로 유승민 당선인의 당선을 도왔고,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이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