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 회장 자택 앞서 1인 시위…임단협에 반발

연합뉴스 2025-01-16 00:00:09

노조 "사측이 작년 성과급 '0원' 제시"…현대제철 "노조 요구대로면 적자"

현대제철 노조, 정의선 회장 자택 앞 1인 시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현대제철[004020] 당진조합 노조원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앞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반발해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당진조합 노조원들은 지난 10일부터 정 회장의 자택 진입로에서 '그룹사 갈라치기 현대자본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임단협에 반발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최근 노조에 기본급 10만원 인상안과 함께 2024년 성과급과 2025년도 성과급을 올해 임단협에서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천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한 노조원은 "사측이 2024년도 성과급을 '0원'으로 제시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천억원대 수준으로 예상돼 노조의 요구대로 최대 성과급을 지급하면 사실상 '적자'라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현대제철 측은 설비 비가동이 늘어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3년(7천983억원) 대비 60%가량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통상 성과급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상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등의 국내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대제철의 경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진 포항 2공장의 가동 중단을 한때 결정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일부 재가동 및 2조2교대 근무 축소 형태로 전면 가동 중단을 유예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올해도 중국이 저가로 밀어내기 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환율 급등과 정치적 리스크 등의 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철강 산업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해도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