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주연 '히트맨' 속편…설 연휴 직전인 22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최원섭 감독의 코미디·액션 영화 '히트맨'은 2020년 개봉 당시 흥행에 대한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설 연휴 특수를 누린 덕에 2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5년 만에 나오는 속편 '히트맨 2' 역시 같은 전략을 택했다. 개봉일을 오는 25일부터 엿새간 이어지는 설 연휴 직전으로 결정한 것이다.
통상 가족 단위 관객이 몰리는 명절 극장가에선 다양한 세대가 관람할 수 있는 코미디물이 주목받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영화의 짜임새가 중간만 가더라도 200만명은 거뜬히 넘겼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관객들의 눈높이는 전과 비교해 확연히 높아졌고, 실제 관람객의 평가가 좋은 작품마저도 100만명을 넘기도 어려워졌다.
'히트맨 2'는 이처럼 급변한 환경을 간과한 듯하다. 1편에서 드러난 단점은 더욱 도드라지고, 그나마 있던 장점은 사라졌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타성에 젖어 영화를 만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특수요원 출신 웹툰 작가 준(권상우 분)이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가 예상치 못한 세력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스토리의 큰 얼개는 1편과 비슷하다.
준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그린 웹툰 '암살요원 준'이 히트하면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내 소재 고갈로 시즌 2의 내용이 산으로 가는 바람에 1점대의 평점을 받는 한물간 작가로 고꾸라진다.
심기일전한 그는 독자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웹툰의 내용과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면서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그에게 묵은 원한이 있는 세계 곳곳의 악당들도 하나둘 한국으로 모이며 더욱 궁지에 몰린다.
주요 스토리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마저 그간 비슷한 장르의 영화에서 수없이 봐온 것들이라 다음 전개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요원을 유혹하는 미녀 스파이, 핵무기를 빼내기 위해 위장 입국한 북한군, 준에게 복수하려는 거구의 러시아 마피아 등 캐릭터 면면도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전반적으로 스케일은 커졌다. 폭발과 총기 액션 시퀀스가 이어지고 준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화려해졌다.
준이 주로 웃음을 담당했던 1편과는 달리 2편에서는 그의 상관 덕규(정준호)와 에이스 요원 철(이이경)의 분량을 늘려 코믹한 장면을 다채롭게 만들어내도록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두고 티격태격하거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로를 탓하는 장면은 의도와는 달리 헛웃음을 자아낸다. 설정이 뻔한 데다 과장된 표정 연기와 욕설 때문에 좀처럼 '빵' 하는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권상우와 준의 아내 역을 맡은 황우슬혜의 코믹 연기가 간신히 영화를 끌고 나간다.
최 감독은 1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1편을 쓸 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뒀다. 2편에선 액션, 미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드리려 했다"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면 3편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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