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트럼프와 물밑대화…"그린란드 안 팔고 협력 강화"

연합뉴스 2025-01-15 17:00:14

트럼프 그린란드 매입 노골화(CG)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덴마크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에 그린란드 매각 의사는 없으나 관련된 군사와 경제 문제에 대한 비공개 협상에는 기꺼이 응하겠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소유 주장에 대해 덴마크가 공개적인 대응 대신에 조용한 접근을 통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가 이미 미국 관리들과 향후 북극권에서 군사적 입지 강화와 기업 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는 약 300년간 덴마크 지배를 받은 이후 외교, 국방을 제외한 자치권을 이양받은 덴마크령이다.

덴마크의 한 고위 관리는 자국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요청이 있거나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미국과 마주 앉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또한 미국과 나토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린란드에 자체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다른 덴마크 관리들은 밝혔다.

덴마크 관리들은 다음 국방 예산에 '북극 패키지'를 반영해 드론과 레이더, 위성 등 북극과 북대서양의 군사자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누크에 북극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얼음 바다를 항해한 경험이 있는 해군 함대와 그린란드와 페로 제도에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덴마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미국과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체결했으며 이에 근거해 미군은 그린란드에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북극권에서 북쪽으로 1천207㎞ 떨어진 곳에 있는 피투피크 우주기지는 미군이 운영하는 최북단 기지로,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의 일부인 레이더 기지가 있다.

덴마크 관리들은 이와 동시에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EU 집행위원회는 산업에 '중요한 원자재'로 간주하는 광물 34개 중 25개가 그린란드에 묻혀 있다고 밝혔지만, 그린란드에 대한 환경 규제로 인해 현재 상태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부존자원 개발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2일 신임 주덴마크 대사 지명을 발표하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집권 1기 때에 이어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인데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튿날에는 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직접 그린란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러시아와 중국에 의한 서방 동맹의 안보 위협 탓에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유럽연합(EU) 대사를 역임한 고든 손들런드는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인수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지역 접근 차단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그린란드를 두고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