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의료기기 조달시장 '불공정' 결론…협의 불발시 제한 부과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정성조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새로 도입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중국을 향한 통상보복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한 달간의 조사를 거쳐 중국의 조달 시장에서 유럽산 의료기기가 불공정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자국산 기기에 유리한 평가 척도, 외국산 기기 조달 제한, 지나치게 낮은 입찰가를 강제하는 조건 등이 불공정 차별의 구체적 방식으로 제시됐다.
반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산 의료기기의 유럽 수출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중국은 상대적으로 개방된 EU 시장의 이점은 톡톡히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논의할 계획이지만, 만약 논의를 통해 해법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중국에 EU의 정부 계약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EU의 정부 계약은 EU 외부에 열려 있으며, 우리는 다른 나라들도 우리 기업들을 똑같이 공정하게 대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은 EU와 전기차 '관세 폭탄' 문제로 지난해부터 무역 갈등을 벌이며 농축산품 등 EU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보복 카드를 늘려왔으나, 이날 다시 칼을 빼든 EU를 향해서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무역 관계'가 중요하다는 다소 완화한 듯한 입장을 내놨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중국과 EU는 서로 제2 무역 파트너이자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중요한 힘"이라면서 "EU가 중국과 마주 본 채 시장 개방 약속과 공평 경쟁 원칙,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하고, 중국 기업에 공평·투명·비차별 환경을 제공하며, 양자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WSJ은 중국을 겨냥한 EU의 움직임이 최근 미국에 밀착하는 정책적 경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점점 EU가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로 인한 경제·안보적 리스크를 줄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3일 한국 등 동맹·파트너 국가 18곳에는 AI 반도체 구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 국가'의 구입은 차단하는 내용의 신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더해 오는 20일 퇴임 전까지 중국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최첨단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들의 실제 실행 여부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중국을 견제하는 규제까지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1기에 중국과 고율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대중국 무역적자,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에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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