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암살시도 없어"…LA산불 소방인력 지원 제안도(종합)

연합뉴스 2025-01-15 16:00:18

이란 대통령, 美대선 후 첫 외신 인터뷰서 유화 제스처

매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앞두고 대화 가능성 타진에 분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이란의 암살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진행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국 입장을 적극 피력한 것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14일 보도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제기된 이란의 암살 모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란은 트럼프를 암살할 계획을 절대 세우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설계한 또 다른 음모"라며 "이란은 그 누구에 대한 암살도 시도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트럼프 암살 음모를 세운 적이 없다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대통령 재임 당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이란과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또한 2020년 트럼프의 명령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이던 가셈 솔레이마니가 암살되자 이란은 보복을 공언했고,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란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암살을 모의했다는 미국 연방 검찰의 수사 결과도 공개됐다.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대화에 원칙적으로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과거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란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대화에 참여하더라도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군사적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과 관련해선 "당연히 우리는 어떤 행동에도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전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지하게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의 와해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 등으로 이란의 입지가 약화했다는 분석에 대해선 "어떤 연관성도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욱 강력해졌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휴전 합의 타결 전망과 관련해선 "우리는 이 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BC는 이번 페제시키안 대통령 인터뷰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진행한 그의 첫 외신 인터뷰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란 정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일대를 덮친 산불 진화에 소방 인력을 지원하겠다고도 제안했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캘리포니아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해 신속대응팀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적신월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신속대응팀 및 구조장비 파견과 관련해 미국 적십자사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한 사람의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라며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이같이 미국 언론을 통해 자국의 입장을 적극 전달하고 재난 대응 지원까지 제안한 것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 확대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