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품공급처 찾아 세계 뒤지는 中…"서방 의존 탈피"

연합뉴스 2025-01-15 15:00:10

브라질·러시아 수혜…베트남 랍스터·아프리카 농산물 대중 수출도 급증

中 "무역갈등 심화 대비 공급업체 네트워크 보유"…글로벌 농업무역 흔들

러시아 밀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이 서방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 식품 공급처를 찾아 전 세계를 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서구 공급업체에서 탈피해 식품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승리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농업 강국인 브라질이 확고한 수혜 국가로 떠오르고 러시아는 중국에 더 많은 곡물과 식용유, 육류를 팔고 있다.

갈수록 두터워지는 중국 중산층을 위한 랍스터 공급원으로 떠오른 베트남도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은 2000년부터 중국에 랍스터를 수출해왔는데, 규모는 중국이 호주산 랍스터 수입을 금지한 2020년 정점을 찍었다.

중국이 지난달 호주산 수입 금지를 풀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대(對)중국 1위 랍스터 수출국으로 남아있다.

베트남산 랍스터

베트남 북동부 해안도시 송카우에서 랍스터 약 1만5천마리를 양식하는 트란 반 톰 씨는 "우리는 A부터 Z까지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며 "1996년 랍스터 양식을 시작한 이후 빈곤에서 벗어나 지금은 집 두 채와 스쿠터 한 대를 소유하고 있고 다섯 자녀를 부양할 만큼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트남 농산물에 대해서도 시장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의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9.3% 늘어난 2천50억달러(약 300조원)에 달했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무역 다변화 추진의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보통 금속과 광물 등을 중국에 공급해온 아프리카는 참깨와 캐슈너트, 과일, 육류 등의 공급원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은 남아공과 짐바브웨의 아보카도, 탄자니아의 꿀, 마다가스카르의 양고기에 대해 문호를 개방했다.

케냐 엠부의 무역업자 데이비드 기통가 씨는 "우리는 마카다미아를 '녹색 금'이라고 부른다"면서 "우리에게 중국 사업은 잘 돌아간다"고 밝혔다.

중국의 식품 공급처 다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무역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공급처를 바꿔야 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또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의 이런 시도는 1조달러(약 1천460조원) 규모가 넘는 글로벌 농업 무역을 한층 더 뒤흔들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고 중국의 경제 둔화로 수요가 약화하는 것도 문제다.

과거 중국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은 현재 관계를 회복했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 무역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톰씨는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면 우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