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4이통사 유치정책 손뗀다…"시장수요 기반으로 전환"

연합뉴스 2025-01-15 12:00:10

정부 주도 제4이통 유치전 8차례 실패로 끝나…"사업자가 주파수 할당 제안하라"

알뜰폰 도매대가 최대 52% 인하…"1만원대 5G 20GB 요금제 출시 기대"

과기정통부 "올해 통신 정책 최우선 과제 알뜰폰 집중육성"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메기'로 키우겠다며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사 유치 정책이 결국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줬던 제4이동통신 사업자 후보 자격 철회 뒤 연구반을 꾸려 논의한 결과에 대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시장에 도전하는 사업자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그간의 정책 추진 경험과 현재의 시장 환경 및 경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는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역과 사업 모델을 결정해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8번의 실패로 끝난 통신 시장 메기 유치전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제4이동통신사 유치를 7차례 시도했다 실패하고 2022년 말 8번째 신규 사업자 유치 정책을 발표하면서 28㎓ 대역 최소 3년 독점 제공, 4천억원대 정책자금 융자 지원 등의 강력한 유인 정책을 약속했다.

신규 이통사가 되려면 기지국 비용 등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돼 시장성이 낮다는 지적을 정부 지원으로 어떻게든 보완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 자본금 미납 등을 이유로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에 줬던 신규 사업자 자격을 회수했고, 이날 시장 수요에 기반한 정책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부 주도의 신규 이동통신사 유치 정책에서 손을 떼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신규사업자 등이 필요로 할 경우 정부가 지정한 주파수가 아닌 가용 주파수 범위 내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 등을 정해 주파수 할당 공고를 정부에 제안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신 정책 연구반은 현행 주파수 할당제도를 검토한 결과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의 할당 대가 완납 여부가 담보되지 않은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 경쟁 가격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출 것, 설립 예정 법인의 경우 참여 주주 투자 확약서 등 법적 구속력 있는 서류를 낼 것, 주파수 할당 대가 분할 납부 시 납부를 보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서류를 제출할 것 등을 경매 조건으로 걸기로 했다.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통사로 지정한 뒤 자본금 미납, 구성 주주 및 주주 별 주식 소유 비율이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달랐던 점을 사후에 파악해 지정을 취소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도 개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 허가제 때처럼 주파수 할당 대상의 재정적 능력을 심사하지는 않고 등록받되 관련 조건을 이행토록 하는 현행 등록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 "풀MVNO 등 알뜰폰 키우겠다…1만원대 20GB 5G 요금제 출시 기반 마련"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과점 체제인 현행 통신 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을 요소로 알뜰폰을 선정하고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육성' 방침을 밝혔다.

알뜰폰은 지난해 9월 기준 가입자가 948만 명에 달하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서비스 품질과 자생력이 낮은 시장 구조에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자체적인 요금제 설계 등 이동통신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나마 시장이 통신3사 자회사인 알뜰폰사에 편중돼 통신사 영향력이 알뜰폰 시장에까지 확장된 상황"이라고 봤다.

정부는 우선 알뜰폰 회사들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행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1MB(메가바이트)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낮춘다고 밝혔다.

알뜰폰사가 사용할 데이터를 통신사로부터 대량으로 구매 시 할인받는 혜택을 확대해 SK텔레콤 기준 1년에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가 추가 할인된다. LG유플러스[032640] 기준 2만4천TB 이상 선구매 시 20% 할인된다.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 인하가 적용되면 이동통신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30GB(기가바이트) 구간대까지 알뜰폰 자체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지며 이를 통해 1만원대 20GB 5G 요금제까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또 교환기 및 고객 관리 시스템 자체 보유 알뜰폰 회사(풀 MVNO) 출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통사와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 정책금융을 통한 설비투자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풀 MVNO사가 통신사들처럼 이용자 맞춤형 요금제를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풀 MVNO사에 대해서는 이동통신사의 설비를 안정적으로 연동할 목적으로 통신 3사 모두를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알뜰폰에 대한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는 SK텔레콤에 국한돼있다.

또,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데이터를 제한된 속도로 이용하게 하는 알뜰폰사의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 종류를 기존 400Kbps 속도 상품에 1Mbps 상품을 추가하고 해외 로밍 상품도 현행 1종에서 4종으로 늘리도록 지원한다.

알뜰폰 부정 개통 등 국민의 피해 예방을 위해 알뜰폰 사업자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고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를 두도록 한다.

알뜰폰 신규 사업자에 대해 정보보호 의무 이행 등 충분한 재정 역량을 갖추도록 자본금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정보보호나 고객서비스 역량이 부실한 사업자의 진입을 차단할 목적이다.

알뜰폰 사업자마다 달리 적용되던 해지 절차를 통일해 규정한 '알뜰폰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통신사들이 분실신고, 사용량 조회 등 알뜰폰사에 제공하는 고객서비스 기능도 확대하도록 한다.

정부는 아울러 통신사 자회사와 독립된 중견 알뜰폰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도록 차등화된 규제 적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뜰폰만이 갖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요금제로 국민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c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