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주도권' 공약 따라 석유·가스 채굴 제한 해제
작년 자동차업계 탄소배출 규제 기준 백지화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후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다수의 행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WSJ은 익명의 석유업계 로비스트들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내린 해양 및 연방 국유지의 화석연료 채굴 제한 조치를 해제토록 정부 부처들에 지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작년 3월 바이든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이 확정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 백지화를 추진하고,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공장의 승인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가 취임 후 가장 초기에 실행할 조치 중에는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정책을 감독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조직하는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는 게 WSJ이 전한 석유업계 로비스트들의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가에너지위원회 운영을 주도할 인사들로 내무부 장관 지명자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이미 점찍었다.
그는 또 파리 기후협약에서 미국을 또다시 탈퇴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취임 5개월 만인 2017년 6월에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20년 11월에 탈퇴가 공식 발효됐다.
바이든 현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신청서에 서명했으며, 이에 따라 그 다음달에 재가입이 발효됐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내릴 행정명령의 세부 사항과 범위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작년 선거운동 기간에 미국의 "에너지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명분으로 석유·가스 업계에 유리하고 전기자동차업계에는 불리한 공약을 내걸었다.
특히 천연가스 생산지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전통적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에서 이런 공약이 잘 먹혔다.
WSJ은 "석유업계의 억만장자 정치자금 후원자들은 (트럼프의 공약에) 황홀해서 까무러쳤다"며 이들이 수천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기부했다고 지적하고 "이제 트럼프가 이에 보답하려고 첫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해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며 "취임하면 미국을 다시 에너지 주도권을 가진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미국 석유업계의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서머스 회장은 에너지가 작년 11월 대통령선거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에너지가 승리했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집권당이 될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도 트럼프의 에너지 공약에 협조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은 14일 API 주최 행사에서 공화당이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 양쪽 모두를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장악한 입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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