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키나와 전투의 참상…메도루마 슌 단편집 '혼백의 길'

연합뉴스 2025-01-15 10:00:10

페미나상 받은 중국계 작가 다이 시지에 '세 중국인의 삶'

혼백의 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혼백의 길 =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태평양전쟁이 종반부로 접어들 무렵 오키나와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열여덟살 청년은 일본군에 징집된다.

일본군이 북부 전선에서 미군에 밀려 남부로 후퇴하는데, 청년은 다리에 입은 심각한 부상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고 낙오한다.

그 순간 어디선가 "죽여줘"라는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청년이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여성과 갓난아기가 죽어가고 있고, 여성이 손으로 아기를 가리키며 죽여달라고 호소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일본 소설가 메도루마 슌의 단편집 표제작 내용이다.

메도루마는 일제와 미군 사이 전쟁과 그들의 지배로 고통받은 오키나와 사람들의 아픔을 담아내 호평받은 작가다. 1997년 단편 '물방울'로 일본 아쿠타가와상을, 2023년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받았다.

이 단편집에는 오키나와 전투로 인한 고통을 다룬 다섯 편이 수록됐다.

열다섯살에 징집된 주인공이 마을을 살피는 척후병 역할을 하다가 친구 아버지를 고발해 일본군 손에 처형당하게 하는 '척후', 오키나와 전투에서 마실 물이 없어 시신 근처에 고인 이슬까지 마셔야 했던 주인공의 경험담을 다룬 '이슬' 등이다.

모요사. 252쪽.

세 중국인의 삶

▲ 세 중국인의 삶 = 다이 시지에 지음. 이충민 옮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소설가의 단편집이다. 전자제품 폐기물 처리 공장이 들어서면서 황폐해진 중국의 섬 '귀도'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이 실렸다.

'호찌민'은 조로증(早老症)을 앓는 가난한 소년이 횡령죄로 수감 중인 당서기장을 대신해 감옥에 갇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저수지의 보가트'는 전자제품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납 중독으로 차츰 건망증이 심해지다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10대 때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3년 동안 재교육을 받는 고초를 겪었고, 현재는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중국 사회를 풍자한 소설 'D의 콤플렉스'로 2003년 페미나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160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