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임시공휴일

연합뉴스 2025-01-15 08:00:18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2조(공휴일 종류) 10항에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이라고 명시돼있다. 정부가 특정한 목적에 따라 특정한 날짜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임시 공휴일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공무원의 날'이라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임시 공휴일에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임시 공휴일에 근무하면 주중 평일에 대체 휴가를 쓸 수 있다.

[그래픽] 1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첫 임시 공휴일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62년 4월 19일이라고 한다.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 전 대통령은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이듬해인 1962년 4·19혁명 기념일을 임시 공휴일로 선포했다. 1969년 7월 21일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기념해 임시 공휴일이 된 특이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9월 17일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대회가 끝난 뒤 7월 1일이 각각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바 있다.

정부는 14일 국무회의를 열어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께서 모처럼 긴 연휴 기간 충분한 재충전 시간을 갖고, 국내 여행과 착한 소비 활동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고 상생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25∼26일(토·일) 주말과 설 연휴인 28∼30일(화∼목) 사이에 고립돼있던 27일(월)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엿새를 연달아 쉬게 됐다.

임시 공휴일 날짜 선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월요일인 27일보다 금요일인 31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맘카페 등에서는 "설 명절 앞에 쉬면 시댁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불만의 글이 적지 않다. 명절 가사노동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반면 결제 마감과 정산을 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근로자들이 출근해야 하므로 27일이 낫다는 반론도 있다. 설날 귀성·귀경길 교통 분산 효과를 놓고서도 셈법이 제각각이다.

내수 진작 효과와 관련해선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훨씬 앞서 있는 형국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비상계엄·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내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엿새간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면서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앞서 정부가 설 민생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선뜻 피부에 와닿지 않아 보인다. 민속대명절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