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굶지 않는 백성이 어디 있으며 아프지 않은 백성이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참혹한 때에 우리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켜 두루 미치게 한다면 그 얼마나 떳떳한 일이 되겠는가?"(소설 '존애원' 에서)
소설가 하용준의 신작 '존애원'은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경북 상주에 설립된 같은 이름의 민간 무료 의료기관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이다.
존애원은 임진왜란 직후인 1599년 정경세, 이준, 김각 등이 주도해 만든 의료기관이다. 이름은 중국 송나라 유학자 정호의 글 '존심애물'(存心愛物·타인을 사랑하는 데 마음을 기울이다)에서 따 왔고, 상주 지역 13개 문중이 비용을 부담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설은 액자 형식으로 구성돼 현대를 배경으로 작가인 화자가 한 박물관 관장에게서 새로 발견된 기록물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본격적인 내용인 이 기록은 존애원 설립을 이끈 정경세의 종인 '담야'라는 남성의 일기다.
임진왜란 때 부모를 잃고 주막에서 허드렛일하며 생활하던 담야는 어느 겨울날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냇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이는데, 우연히 길을 지나던 정경세의 손에 구조된다. 이를 계기로 담야는 정경세의 종이 된다.
이후 정경세는 상주 선비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는 존애원 설립을 주도하고, 담야는 정경세의 배려 속에 의술을 익혀 명의로 거듭난다.
하용준은 3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존애원의 설립과 운영 과정을 소설 속에 세밀하게 묘사했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당시 긴박했던 백성들의 실상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작가는 "사설 무료 의료시설이라는 점에서 존애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앞선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위대한 국가적 역사문화유산"이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차원에서 존애원과 설립 이념인 존심애물 정신을 널리 홍보하고 교훈으로 삼는 일을 더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나무. 1권 376쪽. 2권 3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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