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부통령 "2028년 대선 출마 진지하게 고려"

연합뉴스 2025-01-14 19:00:22

두테르테 탄핵 반대 집회에 160만명 운집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동맹에서 대립 관계로 돌아선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2028년 차기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필리핀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주말 일본을 비공개 방문, 현지에서 일하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대담 행사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기 대선 관련 질문에 대해 "지금 이 나라(필리핀)에서 벌어지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 우리는 이 나라가 계속 퇴보하는 것을 본다"면서 "나는 우리나라가 위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두테르테 부통령은 전날 의회가 추진하는 자신의 탄핵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과 관련해 집회를 주최한 대형 기독교 단체인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 측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 대규모 평화 집회에 참여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인사드린다"면서 "이것(집회)은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평화만 바라는 이들의 단결과 신앙을 강력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가 전날 수도 마닐라에서 개최한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60만 명이 운집했으며, 전국 다른 12곳에서도 같은 집회가 열렸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 회원으로 두테르테 부통령과 가까운 로단테 마르콜레타 하원의원은 연설에서 부통령을 탄핵하면 정치적 분열만 초래되고 나라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0만명 이상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단체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필리핀 야권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등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 의혹 등을 들어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의 탄핵이 국민 민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라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의 딸인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되면서 강력한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친중 성향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정면충돌하고 친미 노선을 걷자 두 가문은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남부 민다나오섬 독립 주장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부딪쳤다.

결국 지난 6월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과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양측의 동맹은 완전히 깨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두테르테 부통령이 자신이 피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을 암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해 말에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두테르테 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퇴출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탄핵 반대 집회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