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법정 파고'에 체육회장 3선 좌초한 이기흥

연합뉴스 2025-01-14 19:00:21

2005년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수영연맹 회장 때는 관리단체 초래

검찰 수사·직무 정지 등 전방위 압박에도 출마 강행했으나 낙선

소견 발표하는 이기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4일 치러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에 도전했던 이기흥(70) 후보의 낙선은 이변으로 거론된다.

수많은 '사법 리스크'에도 체육회장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결국 세 번째 '법적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체육회장 선거에서 총투표수 1천209표 가운데 379표를 얻는 데 그쳐 417표를 얻은 유승민 후보에게 패했다.

2016년부터 '체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을 맡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는 이제 쓸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대전 출신인 이 후보는 1985년 신한민주당 이민우 총재의 비서로 잠시 정계에 몸담았다가, 1989년 우성산업개발을 창업하며 기업인으로 활동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이다.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으며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가 2004년 고(故)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전 부위원장의 아들 김정훈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카누연맹 회장에 취임하며 종목 단체장을 처음 맡았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발언하는 이기흥 회장

2005년에는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선임된 그는 이 시기에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관급공사 수주 및 로비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8억 원, 추징금 71억 원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도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으며 체육인으로서의 경력이 끝날 뻔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고, 최종적으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이 확정된 지 엿새 만에 특별 사면을 받았다.

2009년 대한카누연맹 회장직을 마친 이기흥 회장은 전국체육대회 위원장을 거쳐 2010년 대한수영연맹 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3선 국회의원 출신 장경우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과 경쟁해 특유의 조직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수영연맹 회장이 된 그는 이후 체육계에서 영향력을 점점 확대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하는 이기흥 회장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선수단장을 맡았고,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까지 겸임하며 종교계에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2013년부터는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맡았으며, 2012년에는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위원장,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경력을 쌓던 그는 2016년에 두 번째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수영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으로 수영연맹 전무와 홍보이사, 시설이사 등 3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으로 수영연맹은 비리가 드러나 관리단체로 지정되었으나, 이기흥 회장은 법적 처벌을 피하며 체육계에 남았다.

그리고 그는 같은 해 10월 통합 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후보 등록을 마친 6명의 후보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2019년에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수장 자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며 입지를 다졌다.

2021년 체육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3선 도전을 위한 준비로 해석되는 대한체육회 임원 연임제한 폐지를 결의했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3선을 위한 '무리수'는 결국 거대한 파도가 돼 이 후보를 집어삼켰다.

'체육계 부조리의 정점에 있다'고 비판받은 그는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점검단으로부터 업무방해, 금품 수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진천선수촌

문체부는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고, 경찰과 검찰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그런데도 그는 "변화를 완성하겠다"며 3선 도전을 공식화했으나 대의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장 직무 정지 처분을 내리자 이번 선거 기간 두 차례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이 후보가 3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체부의 직무 정지 처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또한 체육회장 취임을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문체부 승인이 필요하지만, 계속해서 문체부와 갈등을 빚어 승인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2005년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특별 사면으로 살아남고, 2016년 수영연맹 회장 시절 검찰 수사를 피하고 초대 통합체육회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그는 이번에도 생존을 자신했다.

그러나 낙선이라는 결과를 받아 들면서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