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원들 '업자 불러 공무원에 30억대 사업추진 요구' 의혹

연합뉴스 2025-01-14 19:00:19

사업 안 하면 예산 삭감 등 불이익 예고…공무원들 "업자 앞이라 불쾌"

도의원들 "전력 절감 방법 소개…불이익 주겠다 한 적 없다" 해명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경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도청 공무원들을 불러놓고 업자가 보는 앞에서 30억원대의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A 도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사무실로 도청 특정 부서의 공무원들을 불렀다.

A 도의원은 이 자리에서 약 30억원이 소요되는 전력 절감 시스템 'FECO'를 도청에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업자로 보이는 인물도 있었다고 한다.

FECO는 공공기관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스마트 전력관리시스템이다.

시스템 설치비는 28억원인데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비용을 1.5% 이율로 빌려 10년간 상환하면 비용은 약 31억5천만원이 든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업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도의원이 이러한 제안을 해 불쾌했다"고 전했다.

A 도의원의 제안을 받은 공무원들은 이튿날부터 타지역 사례를 조사한 뒤 제안을 거절했다.

30억원으로 도청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력을 아끼는 게 더 효율적이며 FECO는 아직은 도청사와 같은 대형 건물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A 도의원은 이후에도 도청 공무원들을 불러 FECO 설치를 요구했고, 그렇지 않을 시 불이익을 예고했다는 게 도 공무원의 설명이다.

도청의 과장급 공무원은 "A 도의원은 예산결산위원회에 들어가 특정 부서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며 "각종 자료도 요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에 비춰 방대한 자료 요구는 도의원이 도청 공무원을 괴롭히는 방법의 하나다.

이에 대해 A 도의원은 "내가 예산결산위원회 위원도 아닌데 어떻게 예산 삭감을 운운하겠느냐"며 "각종 자료를 요구하겠다고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연간 도청 전기료가 15억원이라고 하는데 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길래 업자를 소개한 것"이라며 "태양광 시설 설치와 FECO 중 좋은 방법을 검토하라고 요청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은 일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달 전 B 도의원은 A 도의원처럼 도청 공무원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FECO 설치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이 자리에도 같은 업자가 있었다는 게 공무원들의 말이다.

B 도의원은 도청 공무원들이 반대하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B 도의원은 "우리 도청도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을 해야 하는데, 좋은 전력 절감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공무원들에게 소개한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FECO를 도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얘기를 끝냈는데 왜 이 얘기가 지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