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미국 경제, '트럼프 공약' 필요 없을수도"

연합뉴스 2025-01-14 18:00:12

로이터 "첫 임기 때의 경기부양책이 덜 필요한 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미국 경제가 강한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경제 상황에 '아무것도 깨뜨리지 말라'는 요구를 받고 있을 수 있다는 외신 진단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공격적인 관세, 엄격한 이민 억제, 규제 철폐, 정부지출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가 취임하면서 물려받는 경제는 뭔가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인 2017년에 내놨던 감세법과 같은 경기 부양책이 덜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생산은 추세 이상으로 증가하고, 노동 시장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에서 일자리가 추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현재 미국 경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제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성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면상 관세 정책과 불법 이민자 추방, 재정적자에 기반한 감세는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그 정도는 이런 정책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추진되느냐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바 있는 카렌 다이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팬데믹 시기 급등한 이후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않았으며 최근 몇 달 동안 전년 대비 거의 개선되지 않는 "인플레이션부터 시작해 제약 조건들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보다 더 커진 재정적자와 정부 차입 비용, 그리고 그가 줄이기를 원하는 이민으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노동력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미국 경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지만 성장 속도는 종종 부진했고 고용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를 밑도는 현상이 굳어진 것처럼 보였고, 30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 미 국채 장기물 금리는 약 3%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및 고용법이 경기를 부양할 여지가 있었고, 관세 부과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줬지만, 미국 경제는 대체로 회복력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를 크게 웃돌고, 모기지 금리는 7% 육박하며, 미 국채 장기물 금리는 5%에 다가선 상태다.

이 같은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될지와 재정적자 규율이 지켜질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장기채 금리 상승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점점 더 주목받는 또 다른 것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지출 삭감을 위해 정부효율부를 신설했지만 재정적자의 주된 원인인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공화·민주 양당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어서 해결할 계획이 없다고 로이터는 판단했다.

로이터는 "고용, 인플레이션, 소비자 지출, 경제 성장 등의 수치가 위험 없이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2월 실업률(4.1%)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추정치에 가깝거나 그 이하이고, 일자리 증가는 기록적인 25만6천개에 달했고, 임금 인상으로 소비자 지출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목표보다 여전히 0.5%포인트 이상 높은 가운데 이미 잠재적 생산량을 초과했을지 모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움직임이나 관세와 같은 추가 비용으로 인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아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는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경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수사와 지난해 거둔 실제 경제 성과 사이의 격차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짚었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