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년 푸틴에 '美본토 폭발물 테러시도 중단' 강력경고"

연합뉴스 2025-01-14 18:00:12

러시아군 총정찰국 계획…"작년 10월에 푸틴 귀에 확실히 닿도록 경고"

바이든과 푸틴(CG)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러시아 측이 미국 본토에 대한 폭발물 테러를 준비중이던 동향을 파악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에 이를 중단토록 강력히 경고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런 러시아 측 움직임과 의도에 대해 서방측 정보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해 8월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이런 계획을 수립했다는 정보를 비밀리에 입수했다.

미국 정부가 입수한 GRU 고위 간부들의 대화 내용에는 소형 전자 안마기 등 일상적 제품에 폭발물을 넣어 항공화물로 운송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 측은 여객기나 화물기 편으로 이런 제품들이 운송될 때 공항 보안검색을 통과하는 방법을 점검하고 있었으며, 다음 단계로는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는 항공기에 이를 싣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작년 여름에 독일, 영국, 폴란드에서는 화물에서 화재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잇달아 발생했으며, 미국과 유럽 정보당국은 그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 측은 이런 폭발물들을 항공기 비행 도중이 아니라 목적지 도착 후에 폭발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있었던 것 같지만, 자칫하면 비행 중 항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착오가 생길 위험이 명백했다"며 "(화물이나 승객을) 가득 실은 항공기에서 화재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작년 8월 미국으로 운송되는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강화했으며, 작년 10월 이런 조짐이 다시 파악되자 비공개로 대형 항공사들의 고위경영자들에게 비행 중 폭발 사고를 방지할 조치를 신속히 마련토록 요구했다.

이런 경고들 중 일부는 공개로, 일부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CG)

백악관은 GRU의 이런 책동을 푸틴이 지시한 것인지 여부나 알고 있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GRU 간부들이 미국과 NATO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라는 일반적 지시에 따라 독자적으로 꾸민 일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푸틴이 과연 몰랐는지 혹은 푸틴이 지시했는지 여부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어떻든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에게 이런 책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키로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장에게 푸틴의 지근거리에서 직접 보고하는 인사들을 통해 경고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경고가 푸틴의 귀에 확실히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지시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만약 GRU의 책동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일어난다면 미국이 러시아를 테러실행국으로 지목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번스 국장은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푸틴 측에 밝히지 않았으나,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있던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갈등이 새로운 차원으로 번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NYT는 이런 그림자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전면전은 회피하면서 NATO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으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2023.10.18)

NYT는 그림자 전쟁이 진행되면서 유럽인들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했다며, 베를린, 탈린, 런던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공항, 항만, 해저 등에서 러시아의 파괴 공작을 차단하려는 수색작업이 매 시간마다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가 푸틴의 귀에 들어간 덕택인지, 유럽에서 잇달아 벌어지던 화물 화재 사고는 멈춘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 군부 내에는 쿠르스크 지역 등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겪은 굴욕을 되갚기 위해, NATO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유럽과 미국에서도 파괴공작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게 NYT가 전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런 경고 전달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바이든과 푸틴 사이에 간접적 소통 채널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정상 사이의 직접 대화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래 단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달 20일 취임 후 푸틴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만으로 위험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CFR) 총재는 NYT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은 대단한 일이겠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러시아는 '혁명적 행위자'고 변모해 국제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진짜 질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 점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