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공들이는 일본…日외무상·차기 안보국장 잇단 미국행

연합뉴스 2025-01-14 17:00:19

트럼프 2기 출범 전 미일 외교·안보 정책사령탑 회담…외무상은 취임식 방미

'美우선주의' 대비 中·동남아·英과 외교 다각화도 힘써…경제계도 대규모 투자

일본 차기 국가안전보장국장으로 내정된 오카노(오른쪽) 외무성 사무차관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미국과 관계 맺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차기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외무상이 미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다음 달 전반에는 미일 정상회담 개최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일본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에 취임 예정인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은 1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과 회담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14일 밝혔다.

오카노 차관과 왈츠 의원은 미일 협력의 방향성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20일에 맞춰 오카노 사무차관으로 교체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본격적인 관계 구축에 나섰다.

오카노 차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주미 공사로 트럼프 당선인 주변 인맥 개척을 위해 활동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처음 당선됐을 때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회동 실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차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크 왈츠 미국 하원의원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한다.

지금까지는 주미 일본대사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관례로 일본 각료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야 외무상은 방미 기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를 비롯해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관료와 면담하고 다음 달 초중순 미국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인 트럼프 당선인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 작업도 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면 참석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쿼드 회원국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튿날인 21일 미국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는 조현동 주미대사가 정부 대표로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탄핵 정국에 발이 묶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일본은 여러 방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일본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면담한 뒤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1천억 달러(146조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를 대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과 관계도 강화하며 외교 다각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이달 순방하며 에너지와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양자 외교 목적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야 외무상은 또 미국 방문에 앞서 전날 한국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으며 16일까지 필리핀과 팔라우도 잇달아 방문한다.

이와야 외무상은 지난달에는 일본 외무상으로는 1년 8개월 만에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회담하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도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13∼16일 영국을 찾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미국 정권 교체기에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데 대해 "일본이 외교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