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 "내 안의 깨끗한 무엇, 양심의 가치 회복해야"

연합뉴스 2025-01-14 17:00:18

신간 '양심' 출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 말하면 안 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 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한다. 아니다.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출간된 신간 '양심'에서다.

책에 따르면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일컫는다. 양심은 자기 행동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서 유래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키가 작은 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진다"며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책 '양심'은 최재천 교수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제작·기획하는 '팀최마존'과 최 교수가 협업해 낸 첫 단행본이다. '양심'을 소재로 한 7개의 강연과 방송내용을 묶었다. 저자는 서울대 졸업식 축사,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것의 의미와 한계, 남방 큰돌고래 '제돌이' 방류 과정, 연구·개발(R&D)비 삭감을 통해 본 기초 과학 문제 등을 조명했다.

신간 '양심' 출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년의 화두로 '양심'을 꺼내 들고 싶었다고 했다.

"자꾸, 비양심적으로 살아도 우리 사회에서 크게 비난받지 않는 것 같고, 비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 사는 것 같고, 그런 점들이 보기에 조금 불편했어요."

'양심'은 인간뿐 아니라 포유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도덕 본능'이다. '침팬지 폴리틱스'로 유명한 동물학자 프란스 드발의 책 '공감의 시대'에 따르면 초파리도, 갈매기도, 도마뱀도 양심이 있다. 인간도 양심을 지닌 채 태어난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온갖 편견을 경험하면서 양심이 타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양심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는 그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양심이 이야기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양심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걸 막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를 양심 운운하면서, 양심 얘기를 하면서 사는 사회로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내 안의 깨끗한 무엇'입니다. 저는 그걸 촛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내 마음속에 촛불이 하나 타고 있는데, 그 타오르는 촛불이 양심입니다."

더클래스. 204쪽.

buff27@yna.co.kr